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람 Sep 29. 2022

나는 소심하다


어떤 분의 글을 읽고 구독하기를 눌렀다. 내가 구독하기를 누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글이 정말 멋져요. 배우고 싶어요.

2. 매우 공감 가는 글을 쓰시네요. 친구 해요.

3. 제가 잘 못쓰는 날이 선 글을 쓰시네요. 부러워요.

4. 재밌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네요. 즐거워요.

5.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시네요. 감사해요.


 분은 2번에 해당되는 이유로 구독을 눌렀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고 구독자가 별로 없는 분이었다. 그분은 매일, 혹은 하루에 두 번도 글을 올렸으나 나는 항상 진심으로 읽고 라이킷을 눌렀다. 가끔 댓글도 남겼다. 그런데 그분은 한 번도 나에게 흔적을 남겨 주지 않았다. 이쯤 되면 예의상으로라도 라이킷 한번 눌러줄 만한데, 댓글에 대한 답조차 없었다. 우리가 라이킷을 누르는 이유가 항상 '언빌리버블~ 완벽해'는 아니지 않나? 공감이고, 응원과 격려이고, 감사이고 다들 그렇지 않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분의 글이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넘기면서 라이킷만 눌렀다. 혼자만 이야기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결국 '혼자 잘해보세요~' 하는 마음으로 구독을 취소했다. 인정한다. 나는 소심하다.


글쓰기는 대화이다. 혼자 보려고 쓴 글이라도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글 잘 쓰는 작가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단지 잘 짜인 글은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지만 돌아서면 잊힌다. 글에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그 마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노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읽고 독자도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쓰고 보니 강원국 작가님 책에서 본 듯 한 이야기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글을 읽다가 내릴 곳을 놓쳤다. 한 정거장 더 가 반대편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올라온 작가님 글이 너무 반가워서 열심히 읽다가 한 정거장 더 갔잖아요. 저 지각이에요. 그래도 좋은 글 읽어서 기분은 좋네요. 작가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런 댓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분은 댓글창을 막아 놓았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 열었는데 아무도 없는 휑한 느낌.

이런, 동네 초인공 마구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나는 매우 소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두 달, 속도를 조절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