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의 글을 읽고 구독하기를 눌렀다. 내가 구독하기를 누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글이 정말 멋져요. 배우고 싶어요.
2. 매우 공감 가는 글을 쓰시네요. 친구 해요.
3. 제가 잘 못쓰는 날이 선 글을 쓰시네요. 부러워요.
4. 재밌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네요. 즐거워요.
5.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시네요. 감사해요.
이 분은 2번에 해당되는 이유로 구독을 눌렀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고 구독자가 별로 없는 분이었다. 그분은 매일, 혹은 하루에 두 번도 글을 올렸으나 나는 항상 진심으로 읽고 라이킷을 눌렀다. 가끔 댓글도 남겼다. 그런데 그분은 한 번도 나에게 흔적을 남겨 주지 않았다. 이쯤 되면 예의상으로라도 라이킷 한번 눌러줄 만한데, 댓글에 대한 답조차 없었다. 우리가 라이킷을 누르는 이유가 항상 '언빌리버블~ 완벽해'는 아니지 않나? 공감이고, 응원과 격려이고, 감사이고 다들 그렇지 않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분의 글이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넘기면서 라이킷만 눌렀다. 혼자만 이야기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결국 '혼자 잘해보세요~' 하는 마음으로 구독을 취소했다. 인정한다. 나는 소심하다.
글쓰기는 대화이다. 혼자 보려고 쓴 글이라도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글 잘 쓰는 작가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단지 잘 짜인 글은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지만 돌아서면 잊힌다. 글에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그 마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노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읽고 독자도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쓰고 보니 강원국 작가님 책에서 본 듯 한 이야기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글을 읽다가 내릴 곳을 놓쳤다. 한 정거장 더 가 반대편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올라온 작가님 글이 너무 반가워서 열심히 읽다가 한 정거장 더 갔잖아요. 저 지각이에요. 그래도 좋은 글 읽어서 기분은 좋네요. 작가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런 댓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분은 댓글창을 막아 놓았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 열었는데 아무도 없는 휑한 느낌.
이런, 동네 초인공 마구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나는 매우 소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