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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12. 2022

도망치고 싶은 아침에

'아가씨' 효과 놀라워라


경의선 전철은 운행 횟수가 일반 지하철에 비해 적은 데다가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서 있지만 타는 시간은  늘 다르다. 오늘도 10여분 늦게 온다는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말고 여행이 하고 싶었다. 좀 더 솔직히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 3개월은 내게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 때로는 내가 행동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글부터 썼다. 무기력하고 게을렀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계속 일으켜 세웠다.


살다가 갑자기 내 삶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왜 여기 서 있는 거지?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갈 곳은 없다. 여기서 버텨야 한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이 있을까? 지금 나는 왜 울고 싶은 걸까? 그냥 울어 버릴까...


멍하니 서 있는 내게 어르신 한분이 다가왔다.

"아가씨, 상봉 가려면 어디서 타야 돼요?"

'아가씨라고?'

"상봉이라고 하셨죠? 반대 방향이에요. 건너가세요~^^"

언제 우울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알려드렸다. 평소 나에 비해 열 배쯤 친절했다.


전철이 왔다. 10분 늦었지만 왔다.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10분 늦겠지만 도착할 것이다. 차장한테 잔소리 좀 듣겠군. 지각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아가씨'와 함께 멀리멀리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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