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전철은 운행 횟수가 일반 지하철에 비해 적은 데다가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서 있지만 타는 시간은 늘 다르다. 오늘도 10여분 늦게 온다는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말고 여행이 하고 싶었다. 좀 더 솔직히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 3개월은 내게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 때로는 내가 행동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글부터 썼다. 무기력하고 게을렀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계속 일으켜 세웠다.
살다가 갑자기 내 삶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왜 여기 서 있는 거지?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갈 곳은 없다. 여기서 버텨야 한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이 있을까? 지금 나는 왜 울고 싶은 걸까? 그냥 울어 버릴까...
멍하니 서 있는 내게 어르신 한분이 다가왔다.
"아가씨, 상봉 가려면 어디서 타야 돼요?"
'아가씨라고?'
"상봉이라고 하셨죠? 반대 방향이에요. 건너가세요~^^"
언제 우울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알려드렸다. 평소 나에 비해 열 배쯤 친절했다.
전철이 왔다. 10분 늦었지만 왔다.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10분 늦겠지만 도착할 것이다. 차장한테 잔소리 좀 듣겠군. 지각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아가씨'와 함께 멀리멀리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