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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Sep 20. 2022

내 마음 수리 설명서

마음에 경고등이 떴다


침에 전철에서 내리면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하늘 한번 안 보고 바닥만 보고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기분이 우울하다는 걸 눈치챘다.

달리기 대회 때문에 피곤한 건가?

그건 아니다. 평소 연습했던 것보다 그렇게 많이 달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로감은 별로 없다.

그럼 이 기분은 뭐지?

혼자 착각하면서 으쌰 으쌰 하다가 아닌 걸 알게 되어서 실망한 건가?

그렇다. 무언가에 열심히 쏟아붓고 나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마음에 경고등이 떴다. 고장이 예상되니 수리가 필요하단다. 수리를 미루면 더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이 정도 고장은 반나절이면 셀프 수리가 가능하다.

우울감에 빠지려는 마음을 수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내 마음 수리 설명서>


1단계 

내가 우울한 이유를 찾아 인정한다. 그 이유가 매우 사소해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정하는 순간 절반은 해결된 거다.

주변 상황이 짜증 나더라도 화는 내면 안된다. 한번 화를 내게 되면 화를 낸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 화를 만들라는 주문을 하게 된다. 심호흡을 하면 참는데 도움이 된다.


2단계 

음악을 듣는다. 너무 신나는 노래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애절한 사랑 노래나 슬픈 노래 더더욱 안된다.  노랫말이 아름다우면서 서정적인 곡, 계절을 노래하는 곡 정도면 딱 좋다.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의 아는 노래 위주로 선곡한다. (오늘 나의 선택: 가을엔 역시 이문세 님)


3단계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도 멍을 때린거나 시간 죽이는 인터넷 검색 같은 것을 하면 안 된다. 내 업무 중에 최대한 단순 업무를 반복한다. 숫자가 많이 나오는 엑셀 작업 정도가 적당하다.


* 만약 휴일이라면 2,3단계 건너뛰고 바로 4단계로 넘어가 시간을 더 오래 가지면 된다.


4단계 

산책을 한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약간의 땀을 흘리고 햇볕을 쏘인다. 붐비는 장소보다는 한적하고 나무, 꽃, 바람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걸으면 좋다. 이때는 조금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이 망설여진다면, 딱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

우산이다.


5단계 

편의점으로 간다.  

내가 좋아하는 달고 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산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무니 살며시 미소가 돈다.

수리 완료 ㅎㅎ


산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북이가 토끼인 줄 알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 되게 바보 같았어. 그런데 제일 바보 같은 건 아직까지 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야.'


행복해지는 건 조금 피곤한 일이다. 할 일이 많아지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행복감 이면에는 늘 우울감이 숨어있다가 불쑥 나타나고는 한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울감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행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는 것!

마음에 경고등이 반짝이면 미루지 말고 수리하자.




딸아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곡을 열심히 연주하고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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