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분 달리기와 1분 걷기를 아홉 번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달리기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렸다. 속도를 올리니 숨이 찼다. 아홉 번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더 숨이 찼다.
'나머지 여덟 번은 잊어버리자. 나는 이 한 바퀴만 돈다.'
서너 번 달리고 땀이 나서 카디건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달렸다. 긴 머리 휘날리며 반팔 차림으로 달리는 내 모습이 어마어마하게 멋지다고 상상하면서. (실상은 빨개진 얼굴로 헥헥거리는 다리 짧은 아줌마지만)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 점심시간
어제부터, 정확히 그저께 저녁식사 이후로 단식을 하고 있다. 오늘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쓰러지는 거 아냐? 잠깐 망설이다 천천히 달려보기로 했다. 하다가 멈추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3분 달리기와 2분 걷기를 여섯 번 반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두 번은 매우 천천히 달렸다. 그러다가 세 번째부터는 속도를 냈다. 땀이 나니 오히려 기운이 난다. 마지막까지 달렸을 때 처음보다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걸 깨닫고는 놀라웠다.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오전 8시
84시간 단식을 마치고 이온음료 반 병을 마셨다. 불광천까지 30분을 걸었다. 10km 가상 마라톤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달렸는데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어지럽지는 않았고 평소보다 숨이 찼다. 그저 두려움일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5km를 달리고 멈췄다. 그리고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길가에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바닥에 온통 황금빛 카펫이 깔렸다. 얼마 전까지 냄새난다고 피해 다녔던 은행나무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 주다니!
2022년 11월 15일 화요일 점심시간
오늘은 천천히 달리기를 했다. 5분 걷기-45분 달리기-5분 걷기 프로그램이었다. 45분간 매우 천천히 달린 거리는 6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늘 걸어 다니는 산책길을 두 번 이상 왕복했다.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씨였다. 땀이 많이 안 났다고 생각했는데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니 등이 축축했다.
정확히 두 달 전에 5km 마라톤 대회에 나갔었다. 5km가 내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마지막까지 달리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5km 정도는 점심시간에 우습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점심시간
예쁘게 물들었던 단풍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차가운 바닥에 이불을 덮어주려나 보다. 어제는 달리는 날이 아닌데 걷다가 추워서 달렸다. 앞으로 산책하다가 추울 때는 달려야겠다.
오늘은 20분 정도 천천히 달렸다. 속도를 내서 20분 정도 더 달려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중간에 멈췄다. 날씨가 추워지자 건조해진 발뒤꿈치가 갈라져 아팠다. 소중한 내 발을 너무 대충 놔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