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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Nov 21. 2022

이제는 너를 응원하며 달릴 거야

'제1회 나 홀로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다


달리기를 지속하기 위해서 9월과 10월에 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했다. 11월에는 적당한 대회를 찾지 못해 혼자 달리기를 하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경기도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 마라톤 '너를 응런(RUN)해'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게 다. 가정 내 폭력, 방임, 학대, 빈곤, 가정해체 등으로 가정 내에서 생활하기 어려워 사회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9~24세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로 2만 원의 참가비는 경기 남. 북부 청소년 자립지원관에 전액 기부된다. 비대면 마라톤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알아서 달리기를 진행하고 SNS를 통해 인증하면 된다.


'너를 응런(RUN)해' 10km 참가 신청을 하고 며칠 뒤에 우편으로 기념품을 받았다. 티셔츠, 완주메달과 약간의 먹거리와 핫팩이 들어있었다.

<11월 19일 9시 30분 제1회 나 홀로 달리기 대회>

불광천에서 달리기 연습 시 사용하는 런데이 앱으로 10km를 설정한 뒤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10km 1시간 5분에 완주하기'


그늘이 없어 햇살이 뜨겁긴 했지만 바람이 불어 달리기 좋은 날씨였다. 망원 한강공원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그동안 연습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새로운 길을 달릴 때 나는 모험을 떠나는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다음번에는 더 멀리 가 봐야겠다.


오늘 달리기를 하며 가정 밖 청소년들 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했다. 친구들을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만난 글벗은 친구다) 그리고 응원했다. 나만 생각하며 달릴 때보다 훨씬 힘이 났다. 오늘 기록은 1시간 5분 51초. 지난달보다 130초 빨라졌다. 만족한다.



달리기를 마치고 11시부터 '줍깅' 봉사활동을 했다. '줍깅' 혹은 '플로깅'은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스웨덴어의 줍다(plocka up)와 영어의 달리기(jogging)의 합성어가 '플로깅'이고 이를 우리가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 '줍깅'이다. 건강을 챙기면서 환경 보호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활동이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노랑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고 있는 내게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가씨, 무슨 단체에서 나온 거예요?

-아뇨. 자원봉사하는 거예요. 1365 자원봉사 포털에서 신청하면 돼요.

-아... 좋은 일 하시네요. 수고하세요.

'아가씨'라는 호칭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 나는 더욱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달리기를 할 때는 깨끗하게 보였는데 길가 화단 사이사이에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았다. 가장 많았던 건 담배꽁초와 사탕 껍질, 빨대 껍질 같은 작은 비닐 조각이었다. 여긴 분명 금연구역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담배꽁초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운동기구 주변 안쪽으로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컵이 많이 버려져 있었다.  1시간 동안 20리터 쓰레기봉투 삼분의 이 정도가 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살까 하다가 오늘의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은 게 생각났다.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를 모았다고 끝이 아니다.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무심히 사서 버렸던 물건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었던 음식들이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커피는 집에 가서 마시면 된다. 나는 오늘 커피 한잔을 안 사고 플라스틱 컵과 빨대 하나를 덜 썼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걷기가 힘들었다. 허벅지 뒤쪽이 심하게 당겨서 할머니처럼 에고에고 하면서 걸어 다녔지만 기분은 좋았다. 가정 밖 청소년을 돕기 위한 의미 있는 달리기를 하고 지구 한 모퉁이 깨끗하게 청소한 나를 칭찬한다. 


오늘 내가 개최한 '제1회 나 홀로 달리기 대회'를 앞으로도 계속해야겠다. 그동안 내게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새로운 길로의 모험을 이어가고 싶다.


<10월에 나갔던 달리기 대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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