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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Nov 17. 2022

오늘 저녁 뭐 해 먹지?

하루 중 가장 큰 고민


중2 둘째 딸은 한창 클 나이(찔 나이)라 그런지 오후 서너 시면 내게 카톡을 보낸다.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을 거야?

-너 오늘 학교에서 밥 안 먹었냐?

-먹었는데 배고파

-그냥 밥 먹지 뭐

-밥은 맨날 먹잖아. 맛있는 거 해줘

내 기억엔 맨날 밥만 먹은 건 아니었는데...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 저녁 뭐 해 먹지?'


내가 회사에서 다섯 시에 퇴근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여섯 시 이십 분이다. 나를 반기는 딸들의 인사는

-엄마~ 배고파~~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말에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제대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오는 길에 생각해 둔 메뉴를 준비해 일곱 시 안에 밥을 먹는 게 목표다. 어제는 배추 된장국을 끓이고 콩나물을 무치고 불고기를 볶았다. 밑반찬은 오징어젓갈, 김, 도라지 무침과 김치가 있었다.


아이들은 밑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두 번 이상 내주면 잘 먹지 않는다. 매번 식탁에 새로운 메인 요리 하나 정도는 있어야 잘 먹는다. 주로 하는 요리는 돼지고기 볶음, 닭볶음탕, 소불고기, 김치찜, 계란말이 등이고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는 파스타나 국수 같은 면요리 혹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가끔 저녁 준비 하기 피곤한 날은 퇴근길에 족발이나 순댓국, 초밥, 치킨을 포장해 가서 먹기도 한다.


얼마 전에 막내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는 결혼해서 제일 안 좋은 게 뭐야?

-음... 엄마는... 엄마가 먹기 싫을 때도 밥 해야 하는 거?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 혼자라면 대충 먹거나 안 먹어도 그만인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결혼할 때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없었다. 결혼 18년 차인 지금도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 줄 정도는 된다. 음식 조리법 다 거기서 거기더라 내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내가 요리를 잘하는 줄 안다. 내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다. 하지만 가끔은 매일 반복되는 이 끝없는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다.


고1 아들과 중2 딸의 학교는 수능 시험일인 오늘과 내일 휴교라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고민이 두배다. 아침에 김치보다 고기를 더 많이 넣은 김치찌개를 한솥 끓여놓고 나왔다. 두 아이가 점심에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또 고민이 시작됐다. 

'오늘 저녁 뭐 해 먹지?' 

딸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어?

-글쎄... 네가 해주는 거 먹을까?

-엄마, 참치랑 밥, 마요네즈 있지? 내가 맛난 거 해줄게!!!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예정이다.


고민 끝에 나온 우리 집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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