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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19. 2022

밤마다 향수 뿌리는 여자


"자기는 향수 같은 거 안 써?"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편이 무심히 내게 한마디 던졌다.


"왜? 나한테 냄새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근데 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며칠 뒤 남편에게 택배가 왔다. 나는 내게 온 것이 아닌 택배를 먼저 뜯어보는 매너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다. 택배 상자 정리하기 귀찮아서가 절대 아니다.

"나한테 택배 온 거 있지 않아?"

"저기 문 앞에 있는 거 자기한테 온 거야. 뭘 시켰길래 퇴근하자마자 택배부터 찾아?"


남편이 택배 상자를 뜯어 안에 든 분홍색 상자를 내 앞에 내밀었다. 요즘 광고하는 C사의 향수였다.

"와~이거 나 주려고 산 거야?"

"응."

"오늘 무슨 날인가?"

"그냥 샀어."


"향 좋다~"

"내가 어디서 보니까 부부가 서로한테 매력을 못 느끼는 게 같은 냄새가 나서 그렇대. 같은 세제로 옷 빨고, 같은 샴푸로 머리 감고 그러니까. 혹시 내 빨래 따로 빨 생각은 없지? 샴푸라도 바꿔줄래?"

"그래서 지금 나한테 매력을 못 느끼겠다 이 말씀?"

"아니, 난 절대 아니지. 자기가 그럴까 봐 걱정된다 이거지~"

"음... 빨래는 절대 따로 할 생각 없고, 샴푸는 특별히 탈모방지 샴푸로 바꿔줄게."


며칠 뒤 남편이 늦게 퇴근했다. 난 자고 있었다. 남편이 머리맡에 다가와 다정하게 말했다.

"자기야, 나 왔어~"

하며 내 볼에 뽀뽀를 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남편은 볼 꼬집기를 좋아한다. 어김없이 내 볼을 꼬집으며 하는 말,

"자기야, 향수 사줬는데 왜 안 써? 샴푸 냄새만 나네~"


자다가 볼이 꼬집힌 나는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잘 때 무슨 향수를 뿌리냐!"

"뿌려도 돼. 이거 내가 좋으려고 산 향수야. 잘 때 꼭 뿌리고 자~"


그날 이후로 나는 자기 전에 향수를 뿌린다. 향수를 뿌리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다. 남편이 들어온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남편이 내 향수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요즘 남편은 연말 모임에서 날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 남편의 알코올 냄새가 내 향수 냄새를 덮어버린다. 코 고는 소리로 내 책도 덮어버린다.


"자기야, 씻고 자야지~~~"

"나 자는 거 아냐. 쫌만 누웠다 일어날게..."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코를 고는 남편... 나랑 다른 냄새 풍기려고 안 씻는 거니...?


, 나도 남편에게 향수 하나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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