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번 발표회 때 우리 반 남자 친구들하고 엄마들이 함께 공연을 하나 했으면 하는데요. 혹시 해주실 수 있으세요?
-어머, 저야 너~무 좋죠. 저 할게요~
첫째가 일곱 살 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이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담임과의 통화에 너무나 신이 났다. 사는 게 좀 심심하던 참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우리가 해야 할 안무 영상을 보내줬다. 당시 인기였던 영화 <써니>에 나온 Sunny(Boney M)라는 팝송에 맞춰 아이와 엄마가 함께 추는 안무였다. 나 포함 다섯 명의 엄마들은 모여서 영상을 보며 연습하고 의상을 준비했다. 곡이 신나고 안무가 어렵지 않았다. 집에서는 아들과 함께 연습했다. 정말 그때는 거기에 푹 빠져 있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무뎌졌던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드디어 발표회 날이 됐다. 고작 어린이집 발표회 무대가 이렇게 떨릴 일이야? 서른아홉 평생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처음이었다.떨려서 저녁도 못 먹었다. 그런데 막상 무대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나오자 떨리기는커녕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나 무대체질이었던 거니? 연습한 대로 실수 없이 해냈다. 너무 잘해서 앙코르까지 받았다.
며칠 전, 10년 전에 잠깐 카카오 스토리를 했었던 기억이 났다. 거기에 아이들 이야기를 적었었는데 재밌는 게 좀 있는지 궁금해서 열어보고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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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개하기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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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번은 얘기하고 싶었다. 내가 써니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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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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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7일의 기록
내년에 마흔이 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한다더니, 임신을 함으로써 증명했구나!
난 역시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어.
이때의 설렘이 좋아서 막내의 태명을 '써니'라고 지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도 필명으로 썼다.
카카오 스토리글을 쓴 지 10년이 지난 오늘, 한번 더 적어본다. 내년에 오십이 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며 멋지게 살아내리라~ 파이팅!!
이번엔 뭘로 증명하려나?
Sunny, yesterday my life was filled with rain
써니, 어제 나의 삶은 우울함으로 가득했었어요
Sunny, you smiled at me and really eased the pain
써니, 내게 주는 당신의 미소는 진정 내 고통을 지웠어요
The dark days are gone, and the bright days ar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