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람 Mar 08. 2023

복수를 꿈꾸는 순간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관람 후기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하나 예매하고 기다리다 보면 또 보고 싶은 뮤지컬이 생겼다. 올해 1월에 물랑루즈, 2월에 영웅, 베토벤에 이어 지난 주말 본 공연은 <스위니토드>였다. 이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 전미도'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음치로 나왔던 그녀가 사실은 뮤지컬 배우였다는 것을 알고 궁금하기도 했고 검색해 보니 평이 좋아 예매를 했다.


스위니토드 이야기는 19세기경 런던에서 있었던 160명 살인사건의 실제 인물을 모델로 쓴 소설 <진주 목걸이: 로맨스>가 모티브가 됐다. 이 소설이 잡지에 실린 다음 해 연극으로 각색되어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갖게 되었고 이후 연극, 영화, TV 드라마로 변형되어 만들어지다가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된다. 런던에서 <스위니토드>의 초기작을 본 팀 버튼 감독은 이 작품에 매료되었고 계속 영화화를 꿈꾸다 마침내 뮤지컬 영화로 만들게 된다. <스위니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2008년에 개봉됐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관객평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팀버튼과 조니뎁, 헬레나본헴카터의 조합이라면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지만 영화에는 잔혹한 장면이 뮤지컬 보다 부각될 것 같아 보지 않기로 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줄거리 : 결말 포함>

영국 런던의 이발사 벤자민은 아름다운 아내, 어린 딸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었으나, 아름다운 아내를 탐한 사악한 판사의 계략으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가게 된다. 그로부터 15년 뒤, 탈옥한 벤자민은 스위니토드로 이름을 바꾸고 전에 살던 집주인 러빗부인을 찾아간다. 판사에게 겁탈당한 아내는 독약을 먹었고 딸은 판사의 양녀로 들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스위니토드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러빗부인의 파이가게 2층에 이발소를 차리고 판사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홀로 사는 러빗부인의 파이가게는 너무나 맛이 없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어느 날 이발소에 스위니토드가 예전 벤자민임을 알아본 남자가 찾아와 돈을 요구하자 그를 죽이게 된다. 러빗부인은 죽은 남자의 통통한 살이 '아깝다'라고 말한다. 그 후로 러빗부인의 파이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고 손님이 줄을 서게 된다.

악마 같은 판사는 스위니토드의 딸이며 자신의 양녀에게 청혼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그녀는 이에 반항하고, 판사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린다. 복수에 눈이 먼 스위니토드는 이발소 손님을 계속 죽이고 시체 처리는 러빗부인이 한다. 파이 장사로 돈을 많이 번 러빗부인은 스위니토드와의 달콤한 미래를 꿈꾼다.

스위니토드는 마침내 판사를 죽일 기회를 잡게 되는데, 그 다급한 순간에 그에게 방해가 된 마을 미친 여자를 죽이고 판사도 죽인다. 이 모든 과정을 정신병원에서 도망친 그의 딸이 숨어서 보게 된다. 나중에 자신이 죽인 미친 여자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자신의 아내였다. 교활한 러빗부인 역시 판사처럼 스위니토드를 탐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노한 스위니토드는 러빗부인을 파이 굽는 화덕 속으로 밀어 버리고, 러빗부인을 따랐던 소년이 스위니토드가 사람들을 죽였던 칼로 그의 목을 베어버린다.


전미도 배우가 맡은 배역은 교활하고 천박한 러빗부인 역할이었다. 평소 드라마에서 차분한 역할을 했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찰떡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목은 스위니토드지만, 러빗부인의 비중이 훨씬 크게 보였다. 물론 스위니토드역을 맡은 신성록 배우와 판사 역할, 소년 역할을 한 배우연기도 정말 좋았다.


스위니토드는 복수가 또 어떤 복수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했던 남자가 억울한 일을 당한 뒤 복수를 위한 악마가 되어 살인을 하는 잔혹한 이야기이면서 그와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 인물들의 감정이 얽히고설키며 복수의 칼날이 모두를 벼랑으로 몰고 간다. 이 복수의 끝에 가장 아픈 것은 스위니토드 자신이었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매우 비극이지만 여기에 음악과 노래가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도 있었기 때문에 다 보고 나서 많이 어두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번 뮤지컬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연극을 한편 본 듯해서 내가 낸 돈이 살짝 비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보며 취향을 확실히 게 되었다. 뮤지컬을 선택할 때 뭔가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로 귀가 즐거운 공연을 더 좋아한다. 스위니토드는 그 부분에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공연이었다.

3월 4일 토요일 오후 2시, 잠실 샤롯데 시어터에서

공연장을 나와 주차장을 향해 남편과 나란히 걸었다. 길 건너편에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나한테 고맙지?

-왜? 공연 보여줘서?

-그것도 그렇고, 내가 스위니토드 마누라처럼 예뻤으면 자기 인생이 얼마나 피곤했겠어? 맨날 저 자이로드롭 타는 기분이었겠지?

-아이고, 고마워요.

내가 꽤 괜찮은 아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참고 자료 : Daum 영화 검색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내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