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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27. 2022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하루>

저 앞에 내가 건너야 할 건널목이 보인다. 신호등 초록불이 깜박이기 시작한다. 10,9,8... 구두를 신은 탓에 뛰다가 발목이 삐끗해서 머뭇거리는 사이 신호가 바뀌어 버린다.

'나참, 오늘따라 왜 구두는 신어 가지고. 건너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지각하겠네. 하-'

횡단보도 앞에 그늘 하나 없는데 날씨는 왜 이렇게 뜨거운지 벌써부터 지친다.


회사 건물에 들어선다.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 있는 걸 보고 잽싸게 눌렀는데 그대로 올라가 버린다. 다른 쪽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뛰어가 보지만 그쪽도 방금 전에 올라가 버렸다.

'젠장 또 기다려야 되네. 층마다 다 서네 진짜.'

이어폰으로 들리는 노랫소리가 짜증 나서 뽑아버린다.

걸어 올라가는 게 빨랐겠다 싶을 때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하게 닫힘 버튼을 눌러댄다. 누군가 뛰어와서 문을 열어버린다. 그러고는 나보다 아래층을 누른다. 앞에 선 그 사람의 얄미운 뒤통수를 살짝 노려본다.


잔뜩 짜증 섞인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선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 들어서 "안녕하세요." 조용히 말하고 자리에 앉는다. 기다렸다는 듯 상사가 나를 부르더니 일거리를 던져준다. 짧게 얘기해도 알아듣는데 앞에 세워 놓고 너무 길게 말을 한다. 답답하고 피곤한 스타일이다.




<또 어떤 하루>

저 앞에 내가 건너야 할 건널목이 보인다. 신호등 초록불이 깜박이기 시작한다.  10,9,8... 뛸까? 말까? 저 신호를 건너지 못하면 지각을 할 것 같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큐빅이 반짝이는 예쁜 구두를 신었다. 별로 굽이 높지도 않은데 운동화에 적응된 발가락이 아프다고 성화다. 뛰지 않기로 정하고 걸음을 더욱 늦춘다.

횡단보도 앞에 선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어여쁘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회사 건물로 들어섰을 때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 있는 걸 보고 잽싸게 버튼을 눌렀는데 그대로 올라가 버린다. 또 한 번 기다림의 시간이다.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살짝 흥얼거려 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거의 닫힐 무렵 누군가 뛰어오는 게 보여 열림 버튼을 누른다. "고맙습니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인사하는 그 사람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다. 내가 매우 친절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밝은 얼굴로 무실로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다. 상사가 부르더니 일거리를 준다.  내가 잘못 이해하고 두 번 일하게 될까 걱정되어 길게 말씀하신다. 배려심 있고 친절한 분이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고 싶은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세바시 인생 질문 강의를 들었다. 이 질문을 받고 생각을 해봤다. 매일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살고, 똑같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지도 않았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하루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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