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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Mar 27. 2023

나 아무래도 중독 됐나 봐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해병원에 갔다. 피검사를 하기 위해 간호사 앞에 앉아 오른팔을 내밀었다.

  "주먹 꽉 쥐어 보세요."

  파랗고 선명한 한줄기 핏줄이 보인다. 간호사가 주사 바늘을 꽂는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는 걸 깨달은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이제 주먹 피셔도 돼요."

  내 팔에서 검붉은 피가 쭉쭉 뽑아져 주사기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 뽑아낸 만큼 새로운 피가 만들어질 거란 생각에 묵은 때를 벗겨낸 듯한 시원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주사자국을 알코올솜으로 눌렀다가 반창고를 붙여준다.


  3분 정도 누르고 계세요, 라는 간호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대기실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소매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손 씻을 때 젖었나 생각하고 무시하려다가 손을 그리 열심히 씻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 걷어 올렸다. 주사 자국에 붙여준 동그란 반창고가 빨갛게 젖어있고 아래로 피가 흘러내려 있었다. 반창고 붙인다고 지혈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간호사에게 말해 팔에 은 피를 닦고 반창고를 다시 붙였다. 옷에도 피가 잔뜩 묻었다. 딸이 사준(뚱뚱해 보인다고 나한테 넘긴 거지만) 티셔츠를 오늘 처음 입은 건데... 채혈 후에 3분 정도 ~누르고 있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토요일인 오늘은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피도 좀 흘리고 했으니 쉬어야지' 라고 분명히 마음먹었는데 병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머릿속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난 요즘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글을 쓴다. 지혈이 되지 않은 주사자국에서 피가 흘러나오듯 생각이 안 멈춰지고 줄줄 흐른다. 그렇게 흘러내생각머릿속을 탁하게 만들고 현실세상과 나를 떨어트려 놓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밥 대신 김밥 몇 줄 사다 주고 생각을 하고 먼지가 굴러다니는 방 안에서 생각을 한다. 생각이 많다고 그것들이 다 글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멈추고 싶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3분만 꾹~ 누르면 멈춰지는 거였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게 놀이터다. 너무나 오랜만에 생긴 이 놀이터가 너무 신나 밤낮으로 놀다 보니 약간의 불면증이 생겼다. 자다가 깨서 글을 고치거나 꿈에서 글을 쓸 때도 있다. 내가 지금껏 해 본 중독성 있는 것들 중에 가장 중독성이 강한 것이 글쓰기다. 주말엔 누가 강제로 놀이터 문을 좀 닫아줬으면 좋겠다. 



* 중독을 끊기 위해 브런치 활동을 일주일간 쉽니다...

라고 쓰려다가 드는 생각,

 '네가 뭘 했다고 벌써 쉬어? 뭐라도 좀 보여주고 쉬어.'

 '넵!!'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나의 이중성)

아무래도 오랫동안 쉴 일은 없을 것 같다. '중독'이란 말을 '열정'으로 살짝 바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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