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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31. 2022

내가 달리는 길 끝에 답이 있기를

초보 러너 훈련 일지 #1


지겨운가요~힘든가요~숨이 턱까지 찼나요~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S.E.S의 달리기 가사 중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설거지를 하다 문득 마라톤대회 한번 나가볼까 싶었다.

"자기야, 우리 마라톤 대회 한번 나가볼까?"

"어, 해."

"나 혼자 하라고?"

"어, 난 뛰다가 죽을 수도 있어."

"그래, 그럼 혼자 하지 뭐."


국내 마라톤 대회 일정을 알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9월 17일 해양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 한강변에서 하는 거 이거 딱이네."

그 자리에서 5km 신청을 했다. 5km 여자 평균 완주 시간은 31분 54초라고 한다.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 주말마다 5km를 뛰어서 기록을 보고 대회날 30분 내에 완주하는 걸 목표로 정했다.


언니한테 마라톤대회 신청했다고 이야기하니까 하프 뛰는 거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까 5km를 마라톤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한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달리기 대회 나가는 걸로 수정한다.



<2022년 8월 14일~2022년 9월 15일 달리기 훈련 일지>

이것은 나의 한 달간의 성장 기록이다.


훈련 1주 차 목표 :

일단 뛰어본다. 다행히 신고 뛸 반바지와 운동화는 있다.


2022년 8월 14일 (일)

둘째한테 작아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5~6년 전에 운동한다고 샀던 러닝화를 꺼내 신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 1km를 뛰어 보았다. 6분 30초가 걸렸다. 이 속도로 5km를 뛰면 32분 30초가 걸린다.

내 목표 기록은 30분이다.



훈련 2주 차 목표 :

5km를 뛰어본다. 나의 폐, 심장, 다리 상태 등등 점검


2022년 8월 21일 (일)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 한 바퀴가 400m 정도 된다. 열두 바퀴 달리면 5km.

오늘 1km 달리는데 5분 40초. 오~조금 빨라졌어. 그런데 세 바퀴 달리고 지쳐서 한 바퀴는 걸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속도는 줄었으나 호흡은 안정된 느낌으로 4바퀴를 달리고 다시 걸었다.


다리가 무겁고 약간 어지러우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물을 가져오지 않은걸 후회했다. 20대 때 러닝머신에서 40분 정도는 우습게 뛰던 생각을 하고 나왔는데, 내 몸은 그때의 몸이 아니었다.


다시 뛰지 못하고 한 바퀴 반을 걸었을 때 휴대폰 앱이 말을 걸었다. 예상 완주시간은 36분 40초라고. 정신이 번쩍 나서 달렸다. 한 바퀴 남았을 때 최선을 다해 달렸다. 5km 완주 기록 31분 20초였다.


얼굴이 토마토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땀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내 목표는 30분 안에 완주다.


2022년 8월 24일 (수)

30분 안에 완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최대한 천천히 뛰는 것이다. 오늘 2.5km를 천천히 쉬지 않고 뛰었다. 14분이 안 넘는다. 속도를 내다가 힘들어 중간에 걷다가 다시 뛰면 힘들다.

최대한 천천히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게 답이다!


다음날인 목요일은 3km를 달렸다.

저녁을 많이 먹고 뛰면 불편해서 저녁식사 양을 줄이고, 고기와 견과류, 채소와 과일을 먹었다.

달리기가 재미있어지고 있다.



훈련 3주 차 목표 :

최대한 천천히 달려보자. 중간에 걷지 않고 5km를 달려서 완주해 보자.


2022년 8월 28일 (일)

초등학교 운동장 5km를 최대한 천천히 달려 쉬지 않고 완주했다. 마지막 500m 남았을 때 속력을 좀 내어 달렸다. 기록은 26분 20초. 헐~ 내가 덜 뛴 건가? 기록이 5분이나 단축되었다.


2022년 8월 29일 (월)

집 근처 공원에서 5km 완주. 기록은 26분 6초.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최대한 천천히 달려야 한다. 내가 뛰는 코스에 빠른 걸음으로 걷기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그분들을 다 따라잡을 수 있다. 빠르게 달리다가 힘들 때 걷는 것보다 처음부터 최대한 천천히 달리는 게 빠르다. 이제 5km를 뛰어도 어지럽다거나 목이 마르지 않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기분은 마치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가 된 듯 설렌다.

목표를 수정한다. 25분 내에 완주한다.



훈련 4주 차 목표 :

목표를 수정한다. 1등이다!!


코스를 확인할 겸 마라톤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상을 준다고 한다. 몰랐다. 이런 대회에서도 상을 주는 건지. 남녀를 나누고, 몇 개의 연령대로 나누어 1,2,3등 시상을 한다고 한다. 30~49세가 한 그룹이라 좀 불리하긴 하겠지만, 젊은이가 꼭 더 빠르리라는 건 편견이다. 첫 출전에 1등을 꿈꾸는 나란 여자 ㅋㅋㅋ

꿈은 내 맘대로 꿀 수 있는 거니까. 

오늘부터 나의 목표는 1등이다!!


예전 대회 기록을 찾아보니 1위 21분 40초, 2위 22분 14초였다. (2015년 울산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나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5km를 21분대로 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현재 기록에서 5분을 단축할 수 있을까?



답을 찾아서 돌아오겠습니다...




*부끄럽지만 나중에 달리기대회 나가서 보니 거리측정이 잘못 되었어요. 저는 5km를 30분 안에 달리지 못한답니다. 글을 지울까도 생각했지만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달리기 연습을 하며 느낀 저의 감정과 노력들이기에 그냥 둡니다. 귀엽게 봐주세요.^^ (22년9월29일)



*줄넘기와 크로스핏에 열정을 쏟았던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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