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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Nov 17. 2023

지하철에서 옆사람 휴대폰을 훔쳐보는데, 나만 그런가?

 

  출근을 할 때 집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15분 정도 가서 경의선 전철을 갈아타고 30분 정도를 더 다. 내가 경의선을 타고 다니는 구간은 열차가 지상으로 달리기 때문에 이건 지하철이 아니다. 처음에는 전철 안에서 책을 읽었다. 소설 <태백산맥> 열 권을 다 읽고 나서 목디스크가 올 것 같았다. 


  책 읽기를 그만두고, 지금은 어딘가에 처박혀있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었다.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나뭇잎이 무성해졌지? 창밖의 풍경이 마치 예쁜 액자 같았다. 그다음부터 웬만하면 전철에서 30분은 멍하니 창밖을 본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아름답다. 전철이 (자주) 연착돼서 짜증이 솟구쳐도 창밖을 보고 앉아있다 보면 그깟 지각이 뭐 대수라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며 편안해졌다.


봄에 정말 예쁜 벚꽃길을 지나가는데 넋 놓고 보느라 사진이 없다


  지하철을 타면 창밖이 깜깜하니 거의 휴대폰만 보는데 눈이 피곤한 날은 휴대폰을 닫는다. 그러면 심심해서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옆사람은 십중팔구 휴대폰을 보고 있다. 드라마를 보거나 채팅창을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글을 읽는 사람을 보게 되면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글을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다. 눈이 나빠 어떤 글인지는 모르겠고 읽는 모습만 살핀다. 대부분 자세히 읽지 않고 빠르게 넘긴다. 그러다 사진이 나오면 멈칫. 또 빠르게 넘기다가 사진이 나오면 멈칫. 그리고 마지막에 댓글을 읽는데, 본문보다 댓글을 더 꼼꼼히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나도 글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댓글을 볼 때가 많다.


   어제는 퇴근하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낯익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를 읽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의 옆모습을 흘낏 쳐다보았다. 오~ 잘생겼다. 혹시 내가 아는 작가님은 아닐까? 브런치스토리를 읽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워 아는 척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자리가 없어 서있을 때도 어깨너머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훔쳐보곤 한다. 요즘 이 드라마가 인기군, 이건 무슨 블로그지, 어르신들은 확실히 글씨를 크게 해 놓고 보시는군, 아이고 아기 사진 귀엽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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