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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Feb 05. 2024

어느 고등학교 신입생 엄마의 한숨

학교에서 규제할 수 없는 학생 교복, 꼭 있어야만 할까?

며칠 전에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났다. 급식이 맛있는지, 남녀공학인지, 공부만 시키는 학교는 아닌지를 따져 아이가 1순위로 지망한 학교이다. 아이가 원했던 학교이고, 고3이 되는 첫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라서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나는 이 학교에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이 학교는 교복을 강요하지 않는다. 학교 교복이 있긴 하지만, 희망하는 학생만 구입하라고 한다.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교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 첫째 아이는 입학하고 딱 일주일정도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그 후로 거의 사복을 입었고, 교복은 아주 가끔 사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 입고 간다. 


첫째 아이가 1학년때,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가 아침에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교복을 꼭 입고 등교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건가요?"

"네, 학교 규정에 '교내에서는 교복 입기를 권장한다'라고만 되어있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옷을 좋아하는 첫째는 용돈의 대부분을 옷을 사는데 지출해서 옷이 꽤 많다. 아침마다 이 옷 저 옷 고르는 모습을 보면 '그 시간에 공부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고, 교복을 강요하지 않는 학교가 원망스러웠다.


서울시에서는 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30만 원(지역마다 다름)을 지원해 준다. 제로페이로 신청해서 의류나 교재 구입비로 사용할 수도 있고, 교복구입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받아온 교복 가격표를 보니 재킷, 조끼, 셔츠, 스커트를 합한 가격이 26만 원이다. 여기에 생활복, 하복까지 구입한다고 하면 30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3년을 입을 옷이라면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입학 초에만 몇 번 입을 용도로 지출하기에는 비싼 금액이라 사주기가 망설여졌다.


입학준비금을 교복을 사는데 쓰느니 평상복을 더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둘째 아이에게 물었다.

"우리, 입학준비금 나오는 걸로 교복 사지 말고 그냥 옷 살까?"

"왜? 난 교복 입고 싶은데."

"오빠 보니까 교복 거의 안 입더라."

"난 입을 거야. 친구들도 다 샀어."


새로운 학교의 교복을 입어보고 싶은 아이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참 예뻐 보이긴 했다. 

'그래, 돈 아낀다고 아이한테 교복을 사주지 않는 건 좀 그렇지. 입학식날 우리 애만 교복이 아니면 어째.'

아이한테 교복을 자주 입겠다는 다짐을 받고서 교복 매장으로 갔다.


아이가 탈의실에서 교복을 입고 나왔다. 진한 남색 스커트에 하얀 셔츠, 남색 조끼와 재킷이 단정해 보였다.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이제 정말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재킷이 불편하다고 해서 재킷 대신 카디건과 스커트, 셔츠, 조끼를 사고 22만 원을 결제했다. 3월에는 카디건만 입으면 추울 테니 그 위에 입을 점퍼나 코트를 사줘야 하고, 가방과 운동화도 새로 사주기로 했다. 지정된 체육복이 따로 없다고 하니 편한 옷도 몇 벌 사야 한다. 아이는 신나 하는데, 나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


아이의 학교 교복


학교에서 교복을 입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 간의 빈부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위화감 조성을 예방하는 것'이 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은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까? 날마다 입는 교복을 한 벌 가지고 있는지 두세 벌 가지고 있는지에서 벌써 차이가 날 것이고, 교복 위에 어떤 점퍼를 입는지,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떤 운동화를 신는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교복이 '학생다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가끔 입고 꿰맨 듯 딱 달라붙게, 속옷이 다 보이겠다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교복을 줄여 입는 아이들과 마주치곤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교복을 변형해서 입는 이유는 입고 싶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어야 하는 것의 반발심 혹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오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복을 변형해서 입거나, 입지 않는 것을 규제할 수 없는 건 학생 인권 규정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교복은 있으나, 입고 안 입고는 자율에 맡긴다'는 건 신입생 부모 입장에서는 많이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규제할 수 없는 학생 교복, 꼭 있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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