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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Mar 12. 2024

신입생 엄마는 너무 피곤해

헉- 이상하다. 몸은 개운한데 찜찜한 이 기분은...?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앗, 어떻게 해! 알람이 왜 안 울렸지? 애들 학교 갔나."

나는 헐레벌떡 침대 바깥쪽에 누운 남편을 뛰어넘어 방문을 열었다.

"오늘 토요일이잖아."

남편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느리게 말했다.

"아..."

나는 그대로 방문을 닫는다. 남편의 몸 위를 떼구루루 굴러 침대 안쪽, 이불속으로 쏙 들어간다. 딱 한 시간만 더 자야지, 단지 토요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둘째 딸이 고등학생이 됐다. 아이는 집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야 하는 고등학교를 다닌다. 집에서 5분 거리, 다니던 중학교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도 고등학교가 있는데 굳이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급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라고 한다. 내가 집에서 밥을 잘해주는 편이 아니라서, 학교에서 잘 먹고 오면 좋으니 반대하지 않았다.


아이가 8시까지 등교를 하려면 집에서 7시 2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7시 30분이 넘어서 일어나던 아이다. 제시간에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했다. 일주일 동안 알람을 맞춰놓고 6시 30분에 일어나 아이를 깨웠다.


올해 고3이 된 아들이 있다. 아이는 초1 때 학교를 제시간에 가지 못했다. 늦지 않게 깨워 세수해, 옷 갈아입어, 이야기해 놓고 내 볼일을 보고 있으면 아이는 어김없이 딴짓을 했다. 걸어서 1,2분 거리의 학교를 보내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혹시 나는 이 아이의 계모가 아닐까, 나 자신을 의심할 만큼 아이한테 소리를 질러대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행히 초2 때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지각 문제를 싹 해결해 주셨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엄마들한테 소문이 날 만큼 좋은 선생님이었고, 아이가 지각을 하는 건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의 문제라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을 믿고 아이가 지각을 하든 말든 내버려 뒀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집을 나서기도 했지만 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각하던 버릇을 고쳤다. 심지어 학교를 일찍 가는 걸 좋아하게 됐다.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너 학교를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니?" 하며 내가 걱정할 만큼 학교를 일찍 갔다. 아들은 아침을 먹으면 학교에서 배가 아프다고 먹지 않았기에 나는 7시~ 7시 30분쯤, 느긋하게 일어났다.


나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았구나, 새삼 아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8시 30분까지 자려고 했는데 잠은 오지 않고, 그렇다고 일어나기도 귀찮아서 누워 버티고 있었다. 주말이면 새벽기상을 하는 막내딸이 들어왔다.

"엄마, 나 배고파. 밥 줘."

아침부터 아이한테 간편식을 먹일 수 없다면서 시리얼이나 빵 같은 걸 사다 놓지 않는 나를 잠깐 원망하고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방학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신학기가 시작되니 피곤해 죽겠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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