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람 Apr 17. 2024

학교에서 소풍을 안 간다고? 엄마랑 둘이 가자, 봄소풍

작년 가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갑자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아이들의 체험활동 시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 일명 노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정부 지침 때문이었다. 갑자기 노란 버스를 구하기 힘들어진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는 크게 실망했다. 그때 나는 우리끼리라도 현장체험학습을 가자며 아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정동진 바닷가를 다녀왔다.

학교 현장체험학습 대신 다녀온 정동진 기차여행   (brunch.co.kr)


올해는 현장체험학습을 가겠지, 생각하며 학기 초에 나눠준 학사 일정표를 살펴봤다. 그런데 없다... 올해는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만 한다. 내 국민학교 시절 가장 즐거웠던 두 개의 기억은 봄 소풍과 가을 운동회였는데, 내 딸에게는 그런 기억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한테 말했다.

"엄마랑 둘이 봄소풍 가자."


지난주 월요일은 아이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에 검진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가기 때문에 1, 2교시 정도만 결석해도 되지만, 아예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하루 학교를 빠지기로 했다.


어디로 소풍을 가면 좋을까,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을 생각해 보니 병원을 들렀다 가려면 시간이 조금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깝고 아이가 볼 것이 많은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정했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에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세종문화회관 옆 아이가 좋아하는 일식당을 찾아갔다. 점심시간이라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침 우리가 앉을자리가 났다.

"우리 오늘 많이 걸을 거니까 실컷 먹어."


아이가 좋아하는 규카츠, 소풍이라 특별히 돼지가 아닌 소를 사줬다^^


배불리 먹고 나와 경복궁 앞으로 가니,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평일 낮에 경복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인 것 같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많은 궁에서 몇몇의 한국인들은 서양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라니, 이곳에 살던 조상들이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하셨을까.  


조선의 으뜸 궁궐 경복궁 안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많다


경복궁은 조선의 으뜸 궁궐인 만큼 다른 궁궐들보다 훨씬 넓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진 날이어서 걸어 다니기가 조금 힘들었다. 쉬엄쉬엄 천천히 둘러보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벌써부터 다리가 아프고 피곤했는데, 아이는 이때부터 신이 났다. 아이는 역사가 재미있다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물건들과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좋아했다. 사실 난 지루해서 하품을 좀 했는데 아이가 하나라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아 힘겹게 쫓아다녔다.


실내를 다 둘러본 뒤 야외전시실로 나왔다. 생각해 보니 7,8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 큰 아이의 친구들과 단체로 와서 전시 해설을 신청해 설명을 듣게 하고, 나는 막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야외 전시실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유모차 안에 있던 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이곳에 다시 온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실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문방구, 만화방, 의상실, 다방 등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져 좋았다.


그땐 그랬었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간 듯했던 국립민속박물관


다시 지하철을 타고 5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나는 곧바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이는 친구랑 공원에서 놀고 오겠다며 다시 나갔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체력부터 길러야겠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아직 가보지 않은 박물관을 부지런히 찾아다닐 결심을 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물원에서 다이어트를 하게 될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