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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30. 2024

오늘 간식은 전기밥솥에 찐 옥수수

아이들의 여름방학이다. 아이들이 아침마다 늦잠 자는 게 꼴 보기 싫어 산책한다고 나가서는 아이들에게 먹일 것들을 사서 낑낑거리며 들고 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둘째 딸이 먹고 싶다고 한 요거트만 사가지고 올 생각이었다. 우리 집 앞 마트에서는 하나에 1200원인데 10분만 걸어가면 1000원에 파는 마트가 있다. 종류별로 열두 개를 골라 담아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마트 앞 좌판에 수북이 쌓인 옥수수가 눈에 들어왔다.



"옥수수가 열개에 삼천 오백 원. 껍질 벗겨서 가져가세요~"

옥수수 좌판 앞에서 사람들이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고 있었다.


'오늘 애들 간식으로 옥수수 한 번 쪄 봐?'

나도 사람들 틈에 껴 옥수수 껍질을 벗겨 봉지에 담았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속껍질은 조금 남겨두고 벗겼다.



집에 돌아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면서 '옥수수 삶는 방법'을 검색했다. 어느 유튜버가 날 더운데 불 피우지 말고 전기밥솥에 찌라고 한다.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1. 옥수수 껍질을 다 벗겨내고, 옥수수와 연한 속껍질을 흐르는 물에 씻는다.

2. 밥솥 밑바닥에 옥수수 속껍질을 깔고, 그 위에 옥수수를 얼기설기 쌓는다.

3. 소금 한 스푼, 설탕 두 스푼(밥 숟가락)과 물 600ml를 넣은 후 속껍질로 덮는다.

4. 전기밥솥 만능찜 기능으로 50분간 쪄준다.


10인용 전기밥솥에 옥수수 7개 정도를 넣고 찌라고 했는데, 내가 사 온 옥수수는 모두 10개였다. 3개를 남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다 넣어보니 밥솥이 넘치지는 않았다. 시간을 60분으로 올려서 취사 버튼을 눌렀다.


옥수수 익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요리가 다 됐다는 알림이 울리자마자 뚜껑을 열고 옥수수를 집었다.

"앗 뜨거워."

맛있는 걸 앞에 두면 난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조급하다.


옥수수가 식기를 기다리는데 할머니 생각이 났다.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할머니가 밭에서 치마폭 가득 옥수수를 따 가지고 오셨다. 갓 따서 커다란 가마솥에 찐 옥수수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결혼하고 몇 해 전까지는 시어머니가 쪄 주신 옥수수를 먹었다.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밭에서 직접 따서 커다란 솥에 넣고 달달하게 찐 옥수수였다. 찐 옥수수 수십 개를 받아와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데워서 먹었다.


이제는 시부모님이 밭농사를 짓지 않으시니 옥수수를 주는 사람이 없다. 냉동실에 가득할 때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던 옥수수가, 지난해 여름부터 가끔 먹고 싶어졌다. 그러면 시장에 가서 찐 옥수수를 두어 개 사다가 먹곤 했다.


그동안 남이 쪄주는 옥수수만 먹다가 오늘 처음으로 옥수수를 쪘다.

"이거 엄마가 쪘어. 먹어봐."

자랑스럽게 아이들한테 옥수수를 내밀었다. 아이들이 한 개씩 먹고, 나 혼자 세 개를 먹어치웠다. 남은 옥수수 알갱이를 따서 냉동실에 넣었다. 버터에 볶아주고, 볶음밥에 넣어서 먹여야지.



나에게 옥수수는 어른들이 쪄줘야 먹는 간식이었는데, 직접 옥수수를 찌고 보니 나도 이제 좀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나이가 오십인데 말이다. 어른들이 쪄주는 옥수수 먹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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