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영화 <소방관>을 봤다. 이 이야기는 2001년에 홍제동에서 집주인 아들의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화재, 붕괴 사고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당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난 이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영화에 삽입된, 내 최애가수 박효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 티켓을 예매했다.
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는데 간간이 웃기도 했지만 눈물 나는 장면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났다. 화재 장면을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해서 실제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에는 길을 가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무심하게 바라봤는데 이제는 소방차가 지나가면 그분들이 다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
실제 순직한 소방관의 책상에 있었다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는 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지만, 영화 속에 나오니 더 감동적이었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내가 기다리던 박효신의 노래가 나왔는데, 무대인사 때문에 중간에 꺼버렸다. 노래를 들으면서 영화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영화 속 배우들을 만나고, 유재명 배우님과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12월 8일 상암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 곽경택 감독, 주원, 유재명, 장영남 배우 무대인사
얼마 전에 자기 집에 불을 지르려 한 멍청이가 있다. 그가 진짜 멍청한 건 그 집이 자기만의 집이라고 착각한다는 거다. 보험금 몇 푼 타먹겠다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른 영화 속 방화범과 그의 모습이 겹쳐 보여 한숨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