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5개월째다.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곁눈질하기도 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헬스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유산소 운동을 가볍게 20분 정도 한다. 그런 다음 상체나 하체를 단련하는 기구를 이용해 너무 힘겹지 않은 정도의 중량 운동을 30분 정도 한 뒤에 처음보다 강도가 높은 유산소 운동을 20분 정도(컨디션에 따라 40분도 한다)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총 1시간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
처음에는 점심시간 즈음에 헬스장을 갔었는데 최근에는 저녁시간에 간다. 딸아이가 4시쯤이면 배가 고프다고 하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고 5~6시쯤 간다. 저녁시간에 헬스장을 가면 낮보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원하는 기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헬스장에 활기가 넘쳐서 운동하기는 더 좋은 것 같다.
헬스장뿐 아니라 집에서도 틈틈이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구석에 처박혀있던 실내자전거와 매트, 아령 등을 티브이 앞으로 꺼내놓고 점심 먹고 졸릴 때 20분 정도 운동을 한다.
얼마 전에 헬스장 트레이너가 전부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었다. 그분들이 무료 PT를 해주겠다면서 문자 연락을 하거나 운동 중에 말을 걸기도 해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트레이너 한 분이 운동을 봐주겠다면서 다가왔다. 전에 한번 거절한 적이 있어서 또 거절하기가 미안했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했을 때 무료 PT를 2회 해준다고 해서 받았었는데 인바디 검사를 통해 내 몸상태를 평가하고, 몇 가지 운동법을 알려주고, 운동보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더 길게 하면서 결국에는 몇십 회 PT를 등록하라는 권유로 이어졌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PT 받을 여유가 없으니 여유가 생기면 그때 꼭, 선생님한테 배울게요."
거절을 하고 난 다음부터 헬스장에서 그분을 보면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또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또 다른 트레이너와 함께 상담 테이블에 앉게 됐다. 그때처럼 인바디 검사 후 내 몸상태를 평가받고, 그때 받았던 질문들을 다시 한번 받았고 또 비슷한 대답을 해야 했다. 상담 후에 몇 가지 운동을 배웠는데 평소 내가 하던 것보다 강도가 센 운동이었다.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허벅지가 불타는 것만 같았다.
혼자 운동하는 5개월간 체중, 골격근량, 체지방량에 큰 변화는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한 거에 비하면 좀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내 운동강도가 너무 약했기 때문인 것 같다.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해보고 나니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 PT를 좀 받아볼까,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 걸까? 나는 나한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운동을 왜 하는가? 건강을 위해서
지금 어떤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나? 즐겁게
헬스장은 언제까지 다닐 건가? 평생
헬스장을 다닌다고 해서 꼭 빵빵한 엉덩이에 잘록한 허리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근육량은 조금 모자라더라도 나는 내가 만든 루틴대로 운동하는 지금이 좋다. 내가 PT를 받지 않은 건 비용 문제가 가장 컸지만 그 외에도 나만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누가 시키는 대로 운동하고 싶지도 않아서다.
결국 나는 트레이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전과 똑같이 말했다.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여유가 생기면 배우겠다고. 사실 솔직한 내 속마음은 이랬다.
"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T는 받고 싶지 않으니 저를 그냥 좀 내버려 두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근육량 늘리기보다 즐겁게 오래 운동하는 걸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