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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an 02. 2023

생일,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2023 버킷리스트


 주민등록상 생일은 1974년 11월 21일이다. 이 날짜에는 조금, 아니 많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 이 날짜는 음력이다. 음력 1974년 11월 21일은 양력 1975년 1월 3일이다. 요즘처럼 음력을 쓰지 않는 때였다면 나는 1974년생이 아니라 1975년생이다. 어떻게든 한 살이라도 줄여보려고 하는 세상에 오히려 한 살을 더 늘린 셈이다.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만약 1975년생으로 등록이 됐다면, 어쩌면 조금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봤다. 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가서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면...? (1월생이면 똑같이 입학했겠지만, 만약에 말이다 ) 그럼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 없는 거잖아. 생각하기도 싫다. 까짓 나이 한 살이 뭐라고!


이제 나이 앞자리가 바뀌어 50이 되는 시점이 되고 보니, 1년이라도 더 40대로 머물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까지 원망했다. 버티려고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50, 무겁다. 잘 감당해 보자. 50세 기념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며 특별한 1년을 보내기로 했다.


1. 휴가 때 이탈리아 여행 가기

이탈리아에 가고 싶은 이유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고 싶어서 이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가 포기한 대리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3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다비드상! 직접 가서 보고 싶다. 미술에 관심도 별로 없는 사람이 단지 다비드상을 보려고 이탈리아까지 간다고? 무모하다. 딱이다. 내년엔 무모하게 살기로 작정한 내게 딱이다.


2. 마라톤 하프코스 / 풀코스 달리

달리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오랫동안 마라톤을 하신 분이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책을 읽었다. 마라톤을 할 때 32km를 넘어서면 나머지 10km를 달리는 것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고 한다. 그 느낌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우선 내년 봄에 하프코스부터 도전~!


3. 엄마 생신상 차려드리기

결혼 첫해에 시부모님 생신상을 차렸다. 엉망이었지만 차렸다. 나를 낳아 준 엄마 생신상을 직접 차려 드린 적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4. 단풍 예쁠 때 패러글라이딩 하러 가기

작년 여름에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올해는 단풍이 예쁠 때 한번 더 날고 싶다. 이번에는 혼자 말고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5. 안 쓰는 물건 싹 다 비우고 새 물건 사지 않기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놔둔 물건들을 비워 내고 새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말자.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되자!


6. 다이어트 안 하기

중학교 때부터 체중에 신경 쓰며 살았다. 해마다 3kg만 빼고 싶다는 게 목표였다. 올 해는 다이어트 절대 안 할 결심을 해 본다. 단, 야식과 인스턴트식품은 건강을 위해 조금 줄이는 걸로.


7. 정오의 희망곡 사연 소개

산책하면서 정오의 희망곡을 듣다 보면 디제이가 사연 주제를 정해준다. 나도 가끔 사연을 보낸다.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다. 소개된 사연을 들어보면 짧은 시간에 어쩜 그리 재치 있는 글들을 적어 보내는지 감탄할 때가 많다. 내겐 브런치 작가 승인 보다도 어려운 정오의 희망곡 사연 소개되기에 도전한다. 


8. 소설 쓰

내가 꿈꾸는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소설 쓰는 사람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글쓰기 연습 중이고 나중에 소설을 쓸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쓰자. 일단 시작하자. 나중에 더 잘 쓰리란 법은 없다. 


9.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받기

이건 어디까지나 내 버킷리스트 니까~~^^


10. 날마다 일기 쓰기

작년에 자기 전에 감사일기를 쓰다가 조금씩 밀리더니 쓰지 않게 됐다. 올해는 아침일기를 써 볼까 한다. 날마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을 아침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




10km 달리기를 할 때, 10km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숨이 차오르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땐 바로 앞에 1km만 생각하면서 달린다. 1km가 계속 쌓여간다. 그러면 어느 순간 결승점이 눈앞에 와 있다.


10년 후에 무언가 되고 싶지만 10년 후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딱 1년만 잘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자. 힘들면 속도를 늦추고 편안해지면 속도를 올리면서 그렇게 1년만 잘 살아보자.


2023, 내 생애 가장 특별한 1년이 시작됐다. 이 삶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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