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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04. 2022

내 인생이 10년 남았다면

10년 후 내 모습 상상하기


무더운 정오 산책길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 마스크를 벗었다. 나무와 흙냄새가 났다.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도 좋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자연스럽게 턱이 올라가면서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머리 위 빽빽한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예쁘다. 보석보다 예쁘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다시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나는 화가가 되고 싶다. 커다란 캔버스를 앞에 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림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그릴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지금이라도 그림을 배울 수는 있지만 안 하고 있는 걸 보면 진짜로 그냥 다음 생에 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럼 다시 질문..."인생이 앞으로 10년 남았다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인생이 10년 남았다면... 지금 나는 글쓰기에 빠져있다. 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초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장을 받아오면 아빠가 액자를 사다가 벽에 걸어주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 교내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으며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다. 작가를 꿈꾸지 않았을 뿐 글을 쓰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작가를 꿈꾸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에 갔었다. 소설가와의 북 토크였다. 소설가들이 자신을 '소설 쓰는 ○○○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소설가로부터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써라.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오래 썼다고 더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용기를 내라.' 그런 말들을 들었다.


나도 '소설 쓰는 ○○○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를 생각해 보니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떠올랐다. 위트 있으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10년 후 나의 꿈이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의 세 번째 소설은 베스트셀러 자리를 몇 달째 당당하게 지키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쓴 소설이라 처음에는 많이 읽히지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세계적인 K팝 스타 B 씨가 공항에서 찍힌 사진 속 손에 들고 있던 책 한 권.. 그게 나의 책이었고, 그의 팬들이 읽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역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어느새 나의 책으로 많은 위안을 받고, 희망을 찾았다는 분들의 메일을 읽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어 있었다. 이번 달에만 열 번 넘는 팬사인회와 강연 스케줄이 잡혀있다. 일어와 영어로 번역하여 전자책 출판을 앞두고 있으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다. 이미 내 소설을 기반으로 시청자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메타버스 드라마를 제작 중인데 이 회사를 요즘 잘 나가는 IT기업 5node의 CEO인 남편의 도움으로 설립했다. 우리 회사는 철저하게 직원 위주로 운영되는 회사이다. 출근시간과 근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식단을 제공하는 등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이다.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에 후원하고 있으며 나는 가족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겸한 여행을 하고, 매일 글을 쓴다.


와~꿈을 갖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고(이건 부끄러움에 의한 것일 듯) 설렌다. 오늘부터 나의 꿈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글 잘 쓰는 법을 배워야 하나? 글 잘 쓰는 작가가 쓴 책에서 본 내용 중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먼저 그런 사람이 되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읽는 사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 주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자. 행복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자!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질문쟁이 막내딸이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는 부자가 되면 뭐할 거야?"

꿈이 뭐냐는 질문에 답을 해주려고 했는데 질문이 또 바뀌었다.

"음... 엄마는 작가가 꿈인데, 꿈이 이루어져서 부자가 되면 학교에 다니기 힘든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고,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쓸 거야."

"와~나랑 같이 다니자. 내가 엄마 책에 그림 그려줄게"

나는 오늘 이미 모든 꿈을 이룬 듯 행복하다.


우리 집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지윤이의 그림들 : 나의 다음 생 말고 현생에 지윤이를 화가로 키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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