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또 한참을 걷다가 낙엽들이 "아파. 저리 비켜." 하는 것 같아 살짝 옆으로 비켜 주었다.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마치 솜사탕 같다.
손가락으로 솜사탕을 조금 떼서 입안에 쏙 넣어본다.
그리고 또 한 움큼 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이건 우리 딸 갖다 줘야지. 하하하'
봄에 시작된 나의 점심시간 산책은 처음에는 운동이었다가, 여름에는 사색이었다가, 가을이 되자 놀이가 되었다. 흔히들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놀기 딱 좋은 계절이다.
가을은 매우 짧다. 치열하게 살아낸 봄, 여름을 지나고 길고 추운 겨울을 맞이할 찰나의 순간엔 좀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힘들다면 내가 있는 그곳을 놀이터로, 매일 다니던 그 길 바로 옆길을 여행지로 만들면 된다. 가을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 신비로운 계절이니까.
그리고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홀로 놀다 보니 함께 놀던 친구들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