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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Sep 23. 2022

친구야~노올자~~

가을은 노는 계절이야


내게 가장 힘든 요일은 목요일이다.

수요일부터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여 목요일 아침에는 일어나는 것조차 버겁다.

하지만 다행인 건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것.

(금요일이면 신기하게도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마법에 걸려있다. ㅎㅎ)


오전 업무를 마치고 12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얼마 전까지 뜨겁던 햇볕이 이제는 따뜻하기만 하다.

산책길 나무들이 벗어놓은 옷이 거리를 뒹굴다 바람이 불면 춤을 추기도 한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재미있어 일부러 밟으며 걸어본다.


'정오의 희망곡' 신디 님(디제이 김신영)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며 이제부터 뛰란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한번 놀아 볼까?'

낙엽을 마구마구 밟으며 뛴다. 재밌다. 하하하


산책길이 놀이터가 되었다.

낙엽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또 한참을 걷다가 낙엽들이 "아파. 저리 비켜." 하는 것 같아 살짝 옆으로 비켜 주었다.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마치 솜사탕 같다.

손가락으로 솜사탕을 조금 떼서 입안에 쏙 넣어본다.

그리고 또 한 움큼 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이건 우리 딸 갖다 줘야지. 하하하'


봄에 시작된 나의 점심시간 산책은 처음에는 운동이었다가, 여름에는 사색이었다가, 가을이 되자 놀이가 되었다. 흔히들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놀기 딱 좋은 계절이다.


가을은 매우 짧다. 치열하게 살아낸 봄, 여름을 지나고 길고 추운 겨울을 맞이할 찰나의 순간엔 좀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힘들다면 내가 있는 그곳을 놀이터로, 매일 다니던 그 길 바로 옆길을 여행지로 만들면 된다. 가을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 신비로운 계절이니까.


그리고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홀로 놀다 보니 함께 놀던 친구들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으니 말이다.

오늘은 오랫동안 못 만난 그리운 친구들에게 연락 한번 해봐야겠다.


친구야~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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