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번째의 순간

by 볕드는 이야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 요상한 일입니다.

모든 일은 시간이 흘러 견고히 쌓이면 그만큼 더 알게 되고,

견디고 버틴 만큼 익숙해지고 쉬워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는 일은

왜 좀처럼 익숙해지고 쉬워지지가 않을까요?

서른 번 하고도 다섯 번이나 더 반복했는데도 말입니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일에는 장점이 있기는 한 걸까요?

신체적으로는 체력이 떨어지고 아픈 곳들이 하나둘 새롭게 생겨납니다.

외적으로도 주름과 기미가 짙어지고

탱탱함과 풋풋함을 잃어갑니다.

세상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도 어느새 사라져 갑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래?”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후회되고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의 저는 그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푸르고 빛나는 아름다움도 결국 지나갈 순간들이니까요.

서른다섯 번쯤 지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저희 집은 매년 김장 김치를 담갔었는데

놀랍게도 올해 처음으로 도와드렸습니다.

뭐가 그리 바빠서 그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까요.

같은 모습, 같은 장면을 보아도

30년이 넘게 흘러서야 알게 되는 마음들도 있습니다.

인생은 참 신기합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서야 또 새롭게 깨닫게 될

무수한 마음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들이 많을 텐데,

그 사소한 마음들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소리와 장면, 그 순간들을 담아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