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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펌킨 Dec 16. 2021

낯선 겨울 여행

만난 지 1년 조금 넘은 사람들과 여행을 가다.

21년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의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만난 지 1년이 조금 넘은 사람들 넷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을 같이 하여 여행을 가자고 했고 나의 본적지 그러니까 내 부모님의 고향인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시골로 가기로 했다.

가는 동안 여행 명소라는 곳을 들러도 볼 것이고 맛집이 있다면 머물러 음식도 먹을 예정이다.

죽마고우 아니면 가족들과 다니던 여행을 조금은 낯선 사람들과 가게 되었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참 희한한 인연이다.

두 번 정도 모여 식사하면서 여행 이야기를 했으나 어디를 먼저 갈지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무조건 남한의 최북단 고성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14일 오전 6시 집결, 짐 싣고 출발했다. 덕평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 했으나 모든 매장들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서 한 시간을 더 달려 다음 휴게소에 가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차가운 날씨 덕에 뜨거운 국물이 좋았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휴게소 가락국수로 속을 달랬다. 

모두 어묵꼬치 가락국수를 선택하였으나 나는 새우튀김 가락국수를 선택했다. 튀김이 좀 더 바삭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여행의 출발에 설렘은 가득 안겨주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청간정에 도착했으나 구간 공사로 인해 진입이 불가했다. 진입로를 막아 놓고 공사 중이어서 우회로를 통해 그 모습만 찍어보았다. 어디서 찍어도 멋지다. 청간정이 있는 언덕 아래에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 있다. 언뜻 보면 민물 같은데 그 끝에 바다가 있다. 그 물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동해안 해파랑길과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먹고 걸으면 해안선을 따라 3,40분 정도 산책이 가능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바닷바람이 강해서 고개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따뜻한 햇볕 때문에 춥지는 않았다. 

청간정이란 곳에 와 본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해서 걷다 보니 예전에 왔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적극적인 마음으로 여행을 하지 않았었던 듯하다. 가족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 가니 따라갔다가 내려오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사진을 찍다 보니 봤던 기억이 났다. 오래전이긴 했지만 함께 왔던 가족들과 그때의 계절이 생각이 나더라. 여행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지난달 부모님과 올랐던 그 산,  공룡능선도 보인다. 함께 여행하는 지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감탄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다음 장소는 해돋이 명소인 청간정에서의 아쉬움을 충분히 위로해 주었던 외옹치항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파제를 걸어 둘레길을 걸었다.

외옹치 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바다 옆을 볼 수 있게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외옹치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외옹치항까지 둘레길을 잘 꾸며 놓았고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멋진 사진을 안전하게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암석과 파도가 어우러진 멋진 광경을 함께 볼 수 있는 명소가 많은 속초 바닷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강원도에 오면 일부러 찾아서 들러가는 곳이다. 

날이 추워서인지 날이 따뜻해서인지 갈매기들이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모습도 장관이라 한참을 멍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북한과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해안선도 군사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민간인이 출입 불가였던 곳인데 지금은 낮 시간을 이용한 산책은 허용한다고 한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산책을 마치고 외옹치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로 옆에 있는 대명항에 비해 규모가 무척 작은 항구이지만 몇 안 되는 어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부가 아니라 횟집 사장님 들일 수도 있겠구나... 바닷바람 맞으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멀리서 한 컷 찍어 보았다. 

잡어를 손질해서 말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가까이서 찍었더니 다소 혐오스러운 느낌이 나서 멀찌감치서 한 컷 찍어보았다. 어촌이라고 하면 식상할 정도로 나오는 오징어 말리는 사진들이 떠올랐다. 

낙산사에 올랐다. 함께 여행하는 동무가 새로 사업장을 열었다. 그 사업의 안정적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일부러 오른 곳이었으나 덕분에 내가 더 눈호강을 하게 되었다. 

바다의 색깔부터 달랐다. 

멀리서 바라본 의상대와 그 앞의 소나무가 정말 멋있다. 가까에서 찍을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업 번창에 대한 기도를 글로 써서 촛불로 승화되기를 기원하고 내려왔다. 

낙산사는 바닷가 암벽 위에 있는 절이 가장 유명해서 언덕 위에 웅장한 절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 건축양식은 경복궁과 닮아 있었다. 오래 머무르며 천천히 걷고 싶은 절이었다. 

올려다보는 시선 끝에 마모된 7층 석탑도 정감이 있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모습이 오히려 따뜻해 보였다. 처음엔 해수관음상을 보기 위해 오르기 시작했으나 오르는 동안 볼 수 있는 건축물이나 정원수들이 온화하고 정갈했다. 

낙산사 입구에서 해수관음상의 머리만 보여서 기필코 전신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올랐다. 속초를 전부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에 감탄했고 부분적으로 손상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남는다. 부드러운 선 때문인지 표정도 부드러워 보였다. 위엄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관음상이었다. 

여행 동무 중 두 명은 춥고 다리 아프다는 이유로 끝까지 오르지 않고 먼저 차로 돌아갔다. 여행의 맛은 좋은 것을 보는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동행하는 것에 의의가 크다. 같은 추억을 만들고 오랫동안 그 추억을 곱씹을 수 있기에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충분히 낙산사를 누리고 내려갔다. 

욕심껏 돌아다니다 보니 내려가는 길을 잘못 찾아서 다시 우리 일행이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낙산사에는 주차장이 두 곳에 위치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과 식당이 즐비하게 있는 곳의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두 곳에서 올라오는 길도 달라서 내려갈 때도 잘 찾아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6시 출발부터 1시에서 낙산사 여행을 하는 동안 눈이 즐거운 나머지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다녔다. 낙산사를 다 돌고 내려와서 근처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생태탕과 생선구이가 정말 푸짐하게 나왔다. 

늘 바닷가에 오면 회를 떠서 숙소에서 배부르게 먹었는데, 여행 동무들이 회를 좋아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호감적인 음식으로 메뉴를 정했다. 큼직한 생태 두 마리가 가득 차게 들어 있었다. 얼큰한 국물이 살짝 추운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하조대와 휴휴암, 주문진 수산시장 방문은 취소하고 삼척의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고 일정을 즉석에서 변경했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곳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삼척까지 갔다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숙소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나니 또다시 신이 났다. 여행은 꼭 계획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금방 분위기가 즐거워졌다. 

여행에는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무장해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친밀한 사이가 아니어도 방향이 같다면 함께 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여행이다. 하지만 친밀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생기면 여행의 본질을 훼손시킨 수 있다. 네 명이 여행을 하기로 했으면 가능한 네 명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낯선 이들과의 여행을 하면서 친밀도가 남다른 사람들이 따로 행동을 할 경우 여행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자주 함께 산을 타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지인이 친한 친구라며 이번 여행에 동행하기를 요청해서 응했던 것인데 그 친구로 인해 여행의 본질이 훼손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관광 명소를 걸으며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 각자의 미래에 대한 꿈도 나눠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왔는데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하고 지레짐작하여 판단하기도 하는 우를 범한다. 

나의 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그 사람은 집착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 집착을 보이는 사람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행이 다소 불편해졌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네트워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다소 불편했던 낯선 이들과의 여행을 마치며 또 한 가지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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