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1년 조금 넘은 사람들과 여행을 가다.
청간정이란 곳에 와 본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해서 걷다 보니 예전에 왔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적극적인 마음으로 여행을 하지 않았었던 듯하다. 가족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 가니 따라갔다가 내려오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사진을 찍다 보니 봤던 기억이 났다. 오래전이긴 했지만 함께 왔던 가족들과 그때의 계절이 생각이 나더라. 여행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외옹치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외옹치항까지 둘레길을 잘 꾸며 놓았고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멋진 사진을 안전하게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암석과 파도가 어우러진 멋진 광경을 함께 볼 수 있는 명소가 많은 속초 바닷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강원도에 오면 일부러 찾아서 들러가는 곳이다.
날이 추워서인지 날이 따뜻해서인지 갈매기들이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모습도 장관이라 한참을 멍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북한과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해안선도 군사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민간인이 출입 불가였던 곳인데 지금은 낮 시간을 이용한 산책은 허용한다고 한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산책을 마치고 외옹치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로 옆에 있는 대명항에 비해 규모가 무척 작은 항구이지만 몇 안 되는 어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부가 아니라 횟집 사장님 들일 수도 있겠구나... 바닷바람 맞으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멀리서 한 컷 찍어 보았다.
낙산사에 올랐다. 함께 여행하는 동무가 새로 사업장을 열었다. 그 사업의 안정적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일부러 오른 곳이었으나 덕분에 내가 더 눈호강을 하게 되었다.
바다의 색깔부터 달랐다.
멀리서 바라본 의상대와 그 앞의 소나무가 정말 멋있다. 가까에서 찍을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업 번창에 대한 기도를 글로 써서 촛불로 승화되기를 기원하고 내려왔다.
낙산사는 바닷가 암벽 위에 있는 절이 가장 유명해서 언덕 위에 웅장한 절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 건축양식은 경복궁과 닮아 있었다. 오래 머무르며 천천히 걷고 싶은 절이었다.
올려다보는 시선 끝에 마모된 7층 석탑도 정감이 있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모습이 오히려 따뜻해 보였다. 처음엔 해수관음상을 보기 위해 오르기 시작했으나 오르는 동안 볼 수 있는 건축물이나 정원수들이 온화하고 정갈했다.
낙산사 입구에서 해수관음상의 머리만 보여서 기필코 전신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올랐다. 속초를 전부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에 감탄했고 부분적으로 손상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남는다. 부드러운 선 때문인지 표정도 부드러워 보였다. 위엄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관음상이었다.
여행 동무 중 두 명은 춥고 다리 아프다는 이유로 끝까지 오르지 않고 먼저 차로 돌아갔다. 여행의 맛은 좋은 것을 보는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동행하는 것에 의의가 크다. 같은 추억을 만들고 오랫동안 그 추억을 곱씹을 수 있기에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충분히 낙산사를 누리고 내려갔다.
욕심껏 돌아다니다 보니 내려가는 길을 잘못 찾아서 다시 우리 일행이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낙산사에는 주차장이 두 곳에 위치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과 식당이 즐비하게 있는 곳의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두 곳에서 올라오는 길도 달라서 내려갈 때도 잘 찾아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6시 출발부터 1시에서 낙산사 여행을 하는 동안 눈이 즐거운 나머지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다녔다. 낙산사를 다 돌고 내려와서 근처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생태탕과 생선구이가 정말 푸짐하게 나왔다.
하조대와 휴휴암, 주문진 수산시장 방문은 취소하고 삼척의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고 일정을 즉석에서 변경했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곳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삼척까지 갔다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숙소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나니 또다시 신이 났다. 여행은 꼭 계획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금방 분위기가 즐거워졌다.
자주 함께 산을 타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지인이 친한 친구라며 이번 여행에 동행하기를 요청해서 응했던 것인데 그 친구로 인해 여행의 본질이 훼손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관광 명소를 걸으며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 각자의 미래에 대한 꿈도 나눠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왔는데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하고 지레짐작하여 판단하기도 하는 우를 범한다.
나의 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그 사람은 집착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 집착을 보이는 사람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행이 다소 불편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