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디에도 애착을 주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진짜 인간들 욕 안하면서 살기로 했는데 그냥 내 수준이 여긴거다. 이런 사람들하고 어울릴 수준인거다. 내가 준비되면 때 되면 용쓰기 않아도 그냥 알아서 옮겨질거다 그런 마인드로 살기로 했는데...
너는 나처럼 갈구하지마. 다 줘. 전사처럼 다 줘. 그냥 사랑으로 폭발해버려. 절대 나처럼 갈구하지마.
근데 말이야 명색이 해방하려는 사람들 모임인데 모임이 좀 편해야 되지 않나 해서. 마주보고 앉는데 아니면 안될까? 이상하게 마주보고 앉는게 불편하더라고. 사람을 정면으로 대하는게 뭔가 전투적인 느낌이야. 공백없이 말해야 된다는것도 그렇고. 혹시 이렇게 앉는게 불편한가?
회사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호회 활동도 거부하는 세 사람이 모여 해방클럽을 만들었다. 매번 동호회를 권유받고 여기저기 참관하기를 권장받는 것이 귀찮아서라도 어디 하나 가입해 놓고 안가버리는 방식을 택할법한데 이들은 매번 불려가 상담을 받으면서도 동호회에 가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동호회를 핑계로라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 나 역시 드라마 속 해방클럽 사람들처럼 피할 수 있다면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러는 내가 패배자같고, 열등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환경에서 자발적 격리가 자연스러워지면서 나의 회피는 정당성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2년 여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혼자인 내게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 무리 속에 합류하기 위해 눈치보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대견하다.
어딜가나 속터지는 인간들은 있을거고 그 인간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고 그럼 내가 바뀌어야되는데 나의 이 분노를 놓고싶지 않아. 나의 분노는 너무 정당해. 너무너무 정당한 이 분노를 매번 꾸욱 눌러야 되는게 고역이야. 일은 드럽게 못하면서 잔소리는 안듣겠다고 하는 인간들이나 뭐라고 하면 꼰대다...
이런 말들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해방클럽에 나도 당장 가입을 하고 싶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해방클럽과 같은 동호회가 있고 그 안에 진짜 어른 멘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쉬운 마음이다.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 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던 바다. 갇힌 것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뚤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애요.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요.
어디에 갇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거지, 그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나만 불행한가, 나만 억울한가, 나만 이런가...하는 의문들에 답을 찾아다니다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곤 했다. 타인도 나와 같다면 위로가 될 것 같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불행한가? 그럼 왜 불행한가? 나는 왜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안을 파고들어야 하는 일을 늘 밖에서 해결책을 찾아려 했었다.
스스로 죽을 자신은 없었고 천재지변으로 내가 없어지는 방법이 없을까 상상하던 때가 있었다.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 때는 진심으로 바랬던 일이었다. 그래야 남은 사람들이 덜 슬플 것 같아서.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더 가난하고 나약하다. 하지만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조금은 더 가치있게 살아보자는 의지가 조금씩 솟아나고 있다.
완전한 해방은 '죽음'뿐이지 않을까. 살아있다면 완벽한 해방은 불가능할 것같다. 그래도 그 안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을 가꿔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