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잃어버린 안경처럼(2부)

괴발자 모드 속 서른네 번째 이야기

by 돌뭉치

“헬로.”


제온은 엄마와 함께 호텔 앞 일식집에 들어섰다. 바와 4인석 테이블이 자리한 음식점에서 그녀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바에 엄마와 함께 나란히 착석했다.


‘호텔도 빨리 찾았고 체크인도 했으니, 이만하면 오늘 큰 일은 무사히 끝냈다.’


그녀는 허기 대신 갈증을 느꼈다. 바 위 레일에서 회전하는 접시를 쳐다보며 선택은 엄마한테 맡긴 채 서둘러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릇 하나에 올려진 초밥은 두 조각, 엄마와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면 되어서 그녀가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을 먹을지 신이 난 엄마를 옆에서 바라보며 그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 아빠와 그를 연달아 떠나보내고 조갈이 나던 그녀는 오랜만에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역시, 휴가 때는 낮술이죠.”


그녀는 차가운 맥주를 벌컥 들이켠다. 14년 차 회사원인 제온은 졸업 없는 회사 생활이 지루했다. 직장생활 12년 차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13년 차에 그와 헤어지자, 그녀의 삶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처럼 쩍쩍 갈라졌다. 그러나 몇 년 만에 타지에서 샘을 찾은 듯, 알코올 입자 하나하나가 혈액 속으로 침투해서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것 같았다.


“콜라가 너무 먹고 싶어서, 아까 참느라 혼났다.”

“그럼, 편의점이라도 가자고 하시죠.”

“몸에 안 좋은 걸 뭐, 참을 데까지 참아야지.”

“먹고 싶은 것 먹고 운동하면 돼요.”


엄마도 콜라 한잔을 마신다. 이제는 초밥을 먹을 시간이다. 엄마는 일단 토핑이 마구 올려진 정체불명의 커다란 캘리포니아롤 접시를 집는다. 뚜껑을 열고 힘껏 입을 크게 벌려 커다란 롤을 입안으로 욱여넣는다.


“엄청 크다.”

“맛있어요?”

“진짜 맛있다. 역시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해.”


엄마는 밥알이 들어가자 기운이 난다며, 눈을 부릅뜨고 말한다. 그렇게 빨간, 노란, 초록, 검정 접시를 비우며 배를 채운다.


드드드득, 점심을 거의 마칠 무렵 휴대전화가 울렸다.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액정에는 61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찍혔다. 전화기를 부여잡고 있다가 진동이 멈추자,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방 준비되었나 봐요. 이제 갈까요?”

“그래, 참 잘 먹었다.”


서둘러 일어나 카운터에서 계산했다.


“한 끼가 엄청 비싸구나.”

“여행인데 이 정도는 먹어야죠.”


그녀와 엄마는 호텔로 발길을 재촉했다. 체크아웃 손님이 떠난 프런트는 아침보다 한산했고, 그녀는 대기 없이 바로 방 키를 받을 수 있었다. 캐리어도 벨보이를 통해 올려보내 준다며 먼저 방에 올라가라고 했다.


‘정말 좋다. 돈을 쓰니 편하구먼.’

“엄마, 짐은 저분이 가지고 올라오신대요. 가요, 우리.”

“여기 진짜 좋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눌렀다. 엄마를 위해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객실을 예약한 그녀는 보기 전부터 흥분되었다.


‘엄마가 좋아하셔야 할 텐데.’


※ 연재소설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잃어버린 안경처럼(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