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3부작

괴발자 모드 속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by 돌뭉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회사에서 일이 안 풀릴 때, 역으로 즐거운 노래를 찾는다. 연속해서 들으려면 계절과 관계없이 캐럴을, 한 곡에 꽂히면 〈Happy!〉를 튼다. 정박으로 쿵작쿵작 음률이 진행되어, 마치 행복이란 아이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행복’이다. 수백 번을 듣는 와중에도 한 번도 가사를 찾아본 적이 없었는데, 글을 쓰려니 신기하게 그 의미를 찾고 만다.

“Don't you give up, keep your chin up, and be happy!”

오늘도 프로그램 오류를 못 잡고 미완성 코드로 남긴 채 퇴근했다. 집에 와서도 그 생각을 떨치지 못해 괴로워하다 불현듯 이 노래가 떠올랐다. 3분도 채우지 않고 곡이 끝나자마자 무거운 기분이 마법처럼 가벼워진다. 요새 바쁘다는 핑계로 음악과 거리를 두었는데, 역시 효과가 있다. 즐거운 노래로 하루를 마무리해서 마음이 좋다.


다음날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아, 검색창에 첫 곡을 그대로 입력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 DAY6의 〈Happy〉.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면서도 평상시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명곡은 내 삶의 현상을 진단하고 해결을 위한 질문까지 깔끔하게 대신해 줬다.

“그냥 쉽게 쉽게 살고 싶은데 내 하루하루는 왜 이리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건데?”

“이대로 계속해서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요새 소설을 쓴다.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의 문체는 수려하고 소재는 기가 막히게 재밌다. 글쓰기에 자질 없는 내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숙제를 꼬박꼬박 빨리 내고 강의 시작보다 이른 시간에 출석하는 거다. 이렇게 계속 쓰면 나도 그들을 따라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아쉽게도 곡에서 답은 안 해준다.

“제발, 제발, 제발요.” 가사처럼 그런 날이 오는지 궁금하다.


행복에 대한 음악을 계속 찾다 보니, 3부작을 완성하고 싶었다. Happy!, Happy에 이은 대망의 마지막 곡은 커피소년의 〈행복의 주문〉이다.

“우울한 사람들도 지친 사람들도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나한테는 하는 말처럼, 단순하긴 해도 힘이 된다며 따라 하라고 했다. 모카는 무작정 버티면 행복해진다고 하고, DAY6는 그런 행복에 의문을 가지면 제발 대답해 달라고 청한다. 커피소년은 그냥 행복해지라고 주문을 걸어준다. 행복, 어렵지 않구나.


일상의 행복은 콜드브루에서 시작한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 아침,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의 행복감이 가장 크다. 주중에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콜드브루를 찾는다. 하지만 평일 아침의 콜드브루는 출근 진통제다. 오늘은 휴일이어서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피자도 좋아한다. 매끼 피자만 먹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수요일은 피자가 더욱 당긴다. 분노가 차오르는 이때 피자를 먹으면 살까지 같이 얻을 수 있어서 참는다. 결국 토요일에 먹기는 하지만, 수요일에 먹을 때보다 화를 덜어낼 수 있어 좋다. 심지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명언도 있다. 주말에 먹는 피자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먹는 거 다음으로는 운동하고 독서할 때 행복하다. 자기소개 취미란에 상투적으로 들어가는 독서가 아니라, 나는 정말 책 읽기를 좋아한다. 회사 점심시간마다 책을 찾는다. 오전에 끓어오른 감정을 식히기에 글만큼 좋은 해열제는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열받을 때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흠뻑 빼면, 상황이 진정되고 해결책이 떠오른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적으려 했는데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몸부림으로 귀결되었다. 괜찮다, 행복해지면 되지.

“돌뭉치야, 행복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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