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자 모드 속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 거대한 전환 1부
《거대한 전환》은 칼 폴라니(Karl Polanyi), 《코스모스》는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이 썼다. 둘 다 한글로 ‘칼’이라는 이름을 가져 영문표기법이 같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다르다. 갑자기 스펠링을 찾은 이유는 올봄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서다. 반 권을 읽기 전까지 진도가 안 나가던 책이 절반을 기점으로 훌훌 넘어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환》의 독서 양상도 비슷하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머리를 때리고 튕겨 나간다. 일단, 《코스모스》처럼 버텨보기로 했다. 칼 폴라니는 19세기, 칼 세이건은 20세기에 태어났다. 둘 사이에는 약 50년 정도의 간극이 있지만, 생존 시기가 겹친 기간도 있다. 칼 세이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칼 폴라니는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해서 인내심을 같고 책장을 넘겼다.
총 21장 중 오늘 다룰 주제는 6장에서 10장까지다.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는 분량이 방대하여 요약할 엄두를 못 냈다. 키워드 위주로 감상문을 채웠다. 계절이 바뀌고 글쓰기 실력이 쌓여 이번에는 적요를 시도하려 한다. 가장 눈여겨볼 내용은 스피넘랜드다. 저자는 많은 양을 할애하여 해당 법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폐해를 자세히 서술했다. 노동자가 일하지 않아도 돈 벌 수 있는 최악의 사회를 조장했다.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피넘랜드는 노동자가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규제한 제도로서, 빈민들에게 임금과 빵 가격, 가족 규모를 기준으로 공공 보조금을 지급했다. 오늘날 최저시급이나 소비 쿠폰이 떠올랐으나, 섣불리 비교하지 않는다. 18, 19세기 스피넘랜드법은 실패했고, 오늘날 복지정책은 아직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소심한 나는 섣불리 판단하지 못한다.
스피넘랜드 법은 두 개의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온정주의에 기반하여 시장 체제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을 구호 대상 극빈자로 전락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과도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시장은 자기 조정 능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 토지, 화폐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았다. 임금 억제와 노동자 의존성 심화, 사회적 부담 증가 등 민중에 끼친 악영향은 장대했으나, 당시 학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1795년부터 1834년까지, 약 40년간 유지되었다. 역사의 모순은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이다. 불황으로 인한 오늘의 복지정책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면면을 평할 수 있을 것이다.
1834년 이후 10년간, 스피넘랜드 법은 폐기되고 게으른 빈민에게는 가혹한 규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이 변화했다. 과거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던 상황에서 경쟁적 노동 시장이 생겨났고 노동자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시도했다. 자유를 앞세우니 노동자의 삶이 궁핍해졌고 적극적으로 규제하니 모두가 불행해졌다. 정도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적절한 중간을 찾지 못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한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농민들의 이동권 회복, 농촌의 지주와 교구 성직자의 권력욕이 만들어낸 산물인 스피넘랜드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양산했다. 구호 대상 극빈자 및 빈민 구호 지방세는 증가했고 비가시적 실업이 나타났다.
스피넘랜드가 사라진 자리를 신구빈법이 차지했다. 빈민을 구호하는 열쇠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영국 노동자의 형편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각종 사회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학자가 출현했다. 이 중 로버트 오언만이 국가와 사회가 다름을 인식하고 입법을 통한 개입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조차도 자신이 주창한 사회의 자기 보호와 작동하는 경제 체제가 모순을 일으킬지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1차 산업혁명을 일컫는 영국의 시대상을 보면서 2016년 이후 4차 산업혁명을 겪는 오늘이 거울처럼 비교되기 시작했다.
책을 삼 분의 일 정도 읽었다. 빈민을 중심으로 수많은 학자와 경제이론, 정책이 열거되었다. 내용 깊숙이 이해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쪽으로 기울면 그 법은 단연코 실패함을 배웠다. 시장에게 극한 자율 허용 시 약자가 불리해지고 시장 통제를 통해 약자를 무리하게 챙기는 이면에는 강자의 권세가 숨어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도를 지켜야 한다. 여태껏 적정선을 못 찾아 빈익빈 부익부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11장부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오늘의 복지정책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해석을 내릴 수 있을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