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적 콤플렉스

괴발자 모드 속 예순 번째 이야기,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2부

by 돌뭉치

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몇몇 철학자를 만났지만, 이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인물은 처음이었다. 생애 전반에 걸쳐 본인의 사상을 바꾼 인물도 있었지만, 그처럼 열린 결말 풍의 주장을 제시하는 인물은 생소했다. 구조주의를 통해 중심을 없애려고 주창했지만, 현실에서는 주류가 되기를 원했다. 기의와 기표를 기반으로 기호를 해설하고 독자의 자의적인 해석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직업은 비평가였다. 알면 알수록 그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남겨진 편지나 일기, 강의록 및 수많은 저서를 통해 그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지식이 모자라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바르트의 삶 전반을 헤아리면서 학문과 사상까지도 알아보려고 한다.


롤랑 바르트는 철학자를 포함해서 비평가와 기호학자, 구조주의자 등 직업이 여러 가지다. 본인의 역량을 다양한 분야에 펼쳤다. 그를 자본주의 시대에 유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의 김진영 저자도 강연한 바와 같다. 신체적 한계로 인해 주류 세계에 편입하기 어렵게 되자, 비범한 재능을 가진 천재는 현실의 비판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이용했다. 자본주의 문화가 공격당하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그 이론을 상품으로 유행시킨다는 면을 적극 활용했다. 하나의 이론이 시장에서 상품으로 성행하기 전, 또 다른 이론의 패러다임으로 기민하게 이동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저자는 이를 ‘카멜레온적 지적 활동’이라고 표현했는데,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다는 데서 다시 한번 놀랐다. 또한 욕망 실현에 실패한 콤플렉스를 자신만의 고유한 지적 영역이나 지적 방법론, 글쓰기 스타일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본인의 고유한 세계를 고집하는 대신 적당히 타협하며 본인의 목소리를 냈다.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어머니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보다 먼저 읽었던 책이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다. 처음에는 얇아서 집어 들었다. 전에도 철학자가 쓴 책을 읽으려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어려워서 중도 포기했다. 이 책은 한 장에 몇 자 적히지 않은 메모여서 쉽게 읽힐 것 같았다. 어머니가 죽고 2년 동안의 심정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부모의 죽음에 관한 슬픔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뿐더러 그처럼 삶을 깊이 삶을 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절절한 감정이 전달되어 마음이 아렸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에 관한 생각의 벽이 무너졌다. 해설에 따르면, 그는 심리치료를 거부하면서 자살 아닌 자살로서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그에게서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육아의 완성은 독립이라 했다.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는 양육을 훌륭하게 했을지언정 완벽한 독립은 실현하지 못했다. 천재의 죽음이 안타까워 이렇게라도 말해본다.


롤랑 바르트의 업적 중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기호학이었다. 그는 이론적 언어와 표현적 언어 사이에서 항상 갈등했다. 이론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늘 육체 언어에 대한 욕망이 마음껏 실현될 수 없다는 데 한계를 느꼈다. 이번에도 천재는 딜레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이한 육체 언어를 구사해 ‘바르트적 표현 언어’를 탄생시켰다. 결과물로서 일본 여행기의 즐거움을 기호학으로 변형시킨 《기호의 제국》이나 사랑에 빠진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를 분석한 《사랑의 단상》 등이 있다. 소쉬르는 기호학을 통해 언어가 어떻게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전달하는지 설명했고,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의미 생성 과정은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관계까지 밝히고자 했다. 특히, 대중문화를 ‘신화’로 보고 매체가 대중을 선동하지 않는지를 증명하며 독자가 자율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한 얘기면서도, 1+1=2처럼 명확한 정답을 원하는 내게 그의 발언은 계속 머릿속을 흔들었다. 그를 알면 알수록 더 난해해진다. 롤랑 바르트는 더 현실을 작게 쪼개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 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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