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자 모드 속 일흔한 번째 이야기
` 오카 마리의 《기억 ‧ 서사》를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드라마가 《러브 미》였다. 원작의 감독은 스웨덴 요세핀 보르네부쉬이고 한국에서는 조영민 감독이 연출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아이 러브 유’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 달라고 외치는 이 드라마의 전개와 오카 마리의 서사를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 애매하면서도 끝내 이 주제로 글을 써야 할 거 같아 무작정 서두를 뗐다.
《러브 미》에는 주인공 서준경을 기준으로 엄마를 떠나고 남겨진 세 가족의 삶과 사랑을 다룬다. 한 사람은 죽었지만, 나머지 사람은 사랑도 하고 일도 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아빠, 준경 자신, 동생 준서의 연애까지, 엄마의 상실에 빠져있을 법한데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드라마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내가 《기억 ‧ 서사》와 연결하고 싶은 장면은 준경이 남자 친구 아들인 다니엘에게서 미움을 받으면서 동시에 딸의 자격으로 아빠 여자 친구인 자영을 몰아붙인다. 그 순간 그녀는 ‘내가 그 사람이고 내가 그 아이’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기억 ‧ 서사》에서 저자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까’로 끝맺음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건은 기억 속에서 존재하고 그 기억은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찾아와서 내 신체를 습격한다. 준경이 다니엘과 자영을 만나는 찰나의 사건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석되고 잔류한다. 그리고 그들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내면의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오카 마리의 전하는 역사적인 사건의 해설과 내가 적용한 준경의 개인적인 서사가 어울리지 않아 억지스러움이 들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그의 논리를 이 드라마에 풀어내고 싶다는 욕망에 글을 녹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