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자 모드 속 일흔세 번째 이야기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금요일에 시작한 두통이 어제까지 가시질 않아 몸이 계속 무거웠다. 덕분에 아침 먹고 자고 점심 먹고 자고, 시루처럼 계속 잤다. 숙면 덕택인지 오늘 아침은 개운했다. 뭉그적 아침을 보내다 브런치 타임에 운동하러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오후에 긴 바깥 여정이 있으니 조금만 하리라 다짐하면서 러닝머신 위에 책을 들고 올라갔으나, 세상에나 책이 너무 재미있다. 분명 지난주 출퇴근길에 끼고 다닐 때는 몇 번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시간 때우기용으로 들고 간 헬스장에서 폭 빠졌다. 목표로 한 시간을 다 채우고도 뒷얘기가 궁금해서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를 다시 만났데?
요 근래 동성애에 관한 책을 자주 읽었다. 어떤 책에 소개된 책을 읽기도 하고 주변에서 작가 추천을 받아 무턱 대놓고 집어 들었다가 소재가 그쪽임을 깨닫고. 나는 동성애에 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마음속 깊숙이 거부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완벽히 인정 안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긍정 쪽은 아닌 것 같다. 이성 간 키스는 아무렇지 않게 보면서 동성의 키스는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 김애란 작가의 〈좋은 이웃〉에 나오는 주희가 연상되었다. 근데 이번에 아주 조금 바뀌었다. 머리와 마음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달까. 그냥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하는 것이고 사랑할 대상이 없는 내가 더 가엽음을. 마음껏 사랑하라. 나는 아쉬운 대로 책이라도 사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