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자 모드 속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AWS Summit 2025, 아마존에서 개최하는 연중 가장 큰 행사다. 한국에 있는 개발자가 다 모인다. 자동차 애호가들이 모터쇼에 가듯이 개발자는 AWS에 간다. 이런 비슷한 종류의 이벤트를 Google, Microsoft에서도 개최하는데, 아마존의 규모가 제일 큰 것 같다. 클라우드 선두 업체이다 보니 오프라인 등록은 일찌감치 마감되고 당일에도 온라인으로 수천 명이 시청한다.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AWS를 사용하는 회사와 아닌 회사 모두 참가한다. AWS 고객사의 참석 이유는 거대 인원 앞에서 본인의 성과를 자랑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며 개인은 IT 기술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서다. 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년 여기 온다. 세상 돌아가는 건 알아야지.
오랜만에 코엑스에 오니 신기하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을 봤다. 실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올해 화두는 역시 ‘생성형 AI’다. 익숙한 ChatGPT의 예를 들면, 자연어로 묻고 컴퓨터가 적합한 답을 주는 인공지능의 일종이다. 작년 이곳에서는 질문이 정확해야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며 질의하는 팁을 알려줬었다. 올해는 아무렇게나 말해도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그냥 사람 대하듯이 물어보면 된다. 세션에서는 불만이 가득한 고객과 그를 상담하는 컴퓨터의 대화를 시연했다. 상객이 화를 내자, 컴퓨터는 일단 상대방의 기분부터 살핀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고객님, 아주 힘드셨겠어요.”로 시작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때 상대방이 말을 끊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듣고 나서 다시 제안한다. 이제 감정 노동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아직은 미국식·영어식 음성만 소리 내는 데, 빠른 시일 내 한국어도 추가될 것이다. 이 기술로 일터에서 마음 다치는 노동자가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또 그들의 직업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기대와 염려가 뒤섞인다.
생성형 AI는 텍스트나 이미지, 비디오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분야이다. ChatGPT에서 사진을 올리면 지브리 이미지를 만들어주듯 순수 창작 영역에도 기계가 가세했다. AWS Nova Reel 세션에서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최대 2분 길이의 동영상을 제작해 선보였다. 이렇게 AWS 제품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저작권 문제가 없으며 비디오도 면책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책임감 있는 AI’를 표명한단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AI란 녀석은 책임도 줘야 한다니, 인간이 편해지려고 만들었으면서 책임감까지 전가한다. 이렇게 다 넘기고 나중에 인간에는 남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세션 중 특이한 개념은 '윤리 가드레일'이었다. 불법을 조장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규칙을 설정할 수 있다. 올해 설날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의 DeepSeek가 유해한 물음에 대해 안전장치 없이 응답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기술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가령, 탈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기계는 침묵했고 이렇게 동작하는 근거는 사전에 규약을 세팅해 놓은 까닭이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자동화되리라 예상한다. 점점 코딩의 세계는 자연어로 바뀌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IT의 세계, 이런 행사에 다녀올 때마다 전공을 잘못 택했다고 한탄한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용어 따라가기도 벅차다. 순수과학을 공부해야 했다고 동료와 매일 후회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만들어진 피타고라스 공식은 변함없음 내용으로 지금까지도 융성한대, 내가 대학교 때 배운 C++은 요즘 쓸 데가 없다. 응용과학에 길든 나는 원리는 이해하지 않고 동작에만 치중한다. 돌아가면 끝이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제 짠 코드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 본 AWS의 Q Developer는 나보다 코드를 잘 짠다. 구조적으로 짜임새 있게, 에러가 날 만한 구석도 틈틈이 방어 로직으로 채운다. 분명 발표자는 비서로 여기고 일할 때 지시만 잘 내려주면 된다고 했건만, 상사 역할을 능가할 만큼 잘한다. 내가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