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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림 Nov 10. 2023

데이터를 보고 글을 씁니다.

콘텐츠로 PR하는 주니어 이야기 #네 번째 과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블로그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목차를 짜면서 4화는 데이터 이야기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무작정 제목을 정했어요.

“낯설었던 구글 애널리틱스와의 첫 만남. 이젠 데이터를 보고 글을 씁니다.”

그 후 약 6개월이 지났는데요. 아, 제목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거든요. (다음부터는 모든 콘텐츠를 다 써놓고 하나씩 공개해야겠어요.)

그렇게 기획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아이고 두야

내가 알던 데이터가 아니다?

약 2년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데이터와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숫자는 제게 머리 아픈 존재였기 때문에 대학생 때도 데이터 관련 수업은 피하고, 엑셀을 주로 쓰는 직업도 미래 계획에서 다 제외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팀에 온 첫 주, 데이터와 친하냐고 팀장님이 물으셨는데요, 이제 막 부서 이동을 한 신입은 뭐든 다 좋다, 다 할 수 있다 하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 데이터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제 머릿속 데이터 개념은 성과 지표에 불가했어요. 가끔 주간 회의 때나 볼 수 있는 것이었죠.

팀에서 사용하고 있던 툴은 구글 애널리틱스서치콘솔인데요.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4) : 구글에서 마케팅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툴. 기기 및 플랫폼 전반에서 고객 여정을 파악하고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구글 서치 콘솔(Search console) : 구글에서의 사이트 검색 트래픽과 실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와 서치 콘솔

구글 애널리틱스는 사이트에 방문한 사람들의 행동, 기호를 측정합니다. 보통 마케팅용으로 구글 애널리틱스를 사용해요. 구매 전환 등의 이벤트를 주로 봅니다. 블로그는 구매가 일어나는 사이트보다는 볼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가 제한적이에요. 조회수(페이지뷰 수), 사용자, 새 사용자, 평균 참여시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어떤 시리즈, 어떤 카테고리의 콘텐츠 조회수가 높은지, 각 콘텐츠는 어떤 방식(소스와 매체)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고 읽는 지, 사람들이 콘텐츠를 읽기 시작해서 이탈하기까지는 얼마큼 걸리는 지, 어떤 시리즈가 더 오래 읽히는 지 등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구글 애널리틱스 보고서 예시

서치 콘솔은 검색 엔진이 ‘구글’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우리나라는 네이버를 많이 쓰니까요. (네이버도 서치 어드바이저를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서치 콘솔에서는 노출 수, 클릭 수, 클릭률과 검색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서치 콘솔 예시


사실 제가 처음 팀에 왔을 때만 해도 데이터를 성과 지표로만 보고 있었는데요. 팀이 언론 홍보만 하다 블로그까지 영역을 확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단순 성과 측정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었어요.

팀에 블로그 담당자(접니다)가 생기면서, 데이터를 뜯어볼 의무가 생긴 거죠. 열심히 독학했습니다. 성과 지표가 아닌 분석 대상으로 데이터를 보기 위해서요. 사람들이 많이 클릭하는 콘텐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이 클릭한 콘텐츠의 평균 체류 시간은 높을까, 왜 갑자기 이 키워드로 많은 사람이 유입되었을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쌓이고 여러 지식과 가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설을 실험해 보고자 콘텐츠 제목과 주제를 짜보기도 하고, 확산 전략을 세우기도 했어요.

‘사내 동호회’ 키워드로 구글 검색 및 클릭이 늘었을 때는 2주간 조직문화 콘텐츠를 연달아 발행했습니다.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의 조회수(페이지뷰 수)가 늘었을 때는 제품 후기 콘텐츠 시리즈를 기획, 연재하기도 했고요.

데이터를 보면서 데이터는 나의 쓸모를 보여주는, 목 죄어오는 성적표가 아니라 더 잘 될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반은 틀린 이유

블로그의 목적이 채용이나 매출이라면 데이터는 더욱 중요합니다.

어떤 콘텐츠에서 매출이 많이 발생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유입은 자연 검색이 많았는지, 제목의 어떤 키워드로 검색했는지 등이 더 많은 매출을 내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지침이 될 테니까요. 채용도 블로그 콘텐츠에서 기업 채용 페이지로 전환한 횟수와 특정 직무를 검색했을 때 상위 노출되는 콘텐츠, 그 콘텐츠의 노출 대비 클릭률을 살펴본다면 더 많은 사람의 다음 회사 후보군에 우리 회사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걸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콘텐츠라고 합니다. 뇌피셜, 감이 아닌 통계와 수치가 이끄는(driven) 콘텐츠죠.

데이터 : 나만 믿고 따라와! 내가 이끌어 줄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약 1년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고, 글감에 적용하면서 우리 블로그는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와는 아주 맞지는 않다 결론지었어요.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가 당장은 조회수, 노출 수 등 여러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은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운영 목적이 ‘기업 브랜딩’인 채널에 건강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조회수나 노출 수 등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주제와 기획이 필요합니다. 한 번은 기업 블로그에 지금 플랫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분석하는 콘텐츠를 발행했어요. 새롭게 시도한 콘텐츠였는데, 키워드 노출과 노출 수가 꽤 괜찮았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리즈를 종료했습니다. 잘 팔리는 글만 쫓다 보니 어느새 기업 블로그는 판촉 매거진이 되고 있더군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틱톡, 유튜브. 다양한 채널을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의 비전과 미션, 우리가 왜 이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채널은 기업 블로그가 유일했습니다. 유일한 기업 블로그를 이미 많은 온드 미디어를 그렇게 하듯 마케팅 목적으로 운영할 이유가 없었죠. 데이터에 주도권을 뺏겨 가는 상황을 직시한 순간! 방향을 다시 틀었습니다.


특히, 브랜딩은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기준으로 오랫동안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클릭이 많이 되고, 많은 이를 끌어들이는 콘텐츠라도 ‘기업 브랜딩’이라는 블로그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면, 그런 콘텐츠가 쭈욱 쌓인다면 블로그는 언젠가 궁극적인 목표와는 멀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데이터에만 의존해 다음 콘텐츠 주제를 설정하고, 확산 전략을 짜지 않습니다.


반은 맞는 이유

그럼에도 여전히 데이터를 봅니다. 블로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블로그 현재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기 위해서죠. 평균 조회수 궤도에서 이번 주 조회수가 아래로 이탈 증세를 보인다면,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상승 증세를 보인다면, 제가 모르는 특별한 이슈가 있는 건가, 확인합니다. 그렇게 최근에는 뉴미디어 인사이트 플랫폼에 블로그와 오리지널 시리즈가 소개된 것도 발견했고요!


브랜딩이라는 오랜 노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의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이벤트(눈길을 끌 만한 대박 콘텐츠)가 아닌 꾸준한 움직임(같은 목소리, 같은 말을 하는 콘텐츠)이 쌓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요. 그 꾸준한 움직임을 가하려면 블로그의 데이터는 완만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지구력을 트레이닝하기 위한 도구로 여전히 데이터를 봅니다.

대신,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하게요!

묵묵히 달리자!



다음 화 예고편 : 블로그 이사 갑니다.
근데 개발자, 디자이너, 담당자 셋이 하라구요?


<콘텐츠로 PR하는 주니어 이야기>
프롤로그 : 내 직무는 블로그 키우기
1화 : 블로그 오리지널 시리즈를 발굴하라 - 오리지널 시리즈 콘텐츠 기획하기
2화 : 기획은 내가 할게, 글은 누가 쓸래? - 필진 발굴하기
3화 : 쓰는 게 다가 아니다? 홍보가 필요해! - 홍보, 확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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