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기를 머금은 향, Winter room spray 출시
“대한민국은 지난 2024년 이례적으로 9월 폭염 경보를 발령했으며, 같은 해, 온난화에 따른 계절 길이 조정 작업을 착수했습니다. 역대 정부와 많은 국민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힘을 모았지만, 일평균 기온은 매년 높아져 연간 최저 기온이 5℃ 이상을 웃도는 지경에 도달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또한 범지구적 문제로 인식하고 위도상 계절 구분 조정을 논의하고 있는바, 60년 간의 작업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의 계절을 세 구간으로 조정합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삼계절 국가가 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삼계절이 웬 말이냐?”, “국가가 책임져라!” 국민의 반발이 거셌지만, 작년보다 뜨거운 10월에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추운 겨울은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겨울을 제일 좋아했다. 내가 워낙 연말 분위기를 즐겨서, 내 생일이 있기 때문에 겨울을 아끼는 줄 알았는데, 사라진 계절에 알았다. 나는 무엇보다 겨울의 공기 냄새를 좋아했다. 코를 타고 들어오는 찬 공기의 촉감과 적당히 기분 좋은 비린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은 여름에는 결코 맡을 수 없다. 냉기 품은 냄새를 한껏 마신 뒤 “하아” 내뿜으면 박하 같은 상쾌함이 온몸에 퍼졌다.
20대, 도서관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다 잠깐. 30대, 야간 초과 근무 중 편의점에 가다 힘껏. 40대, 가족과 호수 걷다 슬쩍. 별의 운행 따라 추위와 향은 미묘하게 눅눅해졌지만, 아직은 쌀쌀한 공기가 찰나의 해방감을 주었다. 매년 겨울, 비흡연자인 나는 담배 대신 코 평수를 늘려, 있는 힘껏 숨을 빨아들였다.
겨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더는 도피가 필요 없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좋아하는 계절의 냄새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래도 옛사랑의 사망 선고를 들었을 땐 섭섭했다. 숨진 겨울, 역사의 냄새를 나만 누린 것에 후세에 모호한 미안함도 느꼈다. ‘배달 덜 시켜 먹을걸’, ‘투표 더 잘할걸’ 후회가 밀려오는데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방향제 광고 메시지였다.
겨울 공기를 머금은 향, Winter room spray 출시. 이젠 만날 수 없는 그 내음을 국내 최초로 선보입니다.
다시는 그 계절이 돌아올 수 없는데, 애도가 왜 이리 짧고 경쾌한 거야? 반가우면서도 불편한 마음에 겨울 서리 같은 감정이 파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