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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림 Oct 08. 2024

아무리 비싸도 꼭 사고 싶은 것

3인 3색 인터뷰

첫 번째. 만 12세, 송천초등학교 6학년, 30년 된 아파트 거주

길음역 2번 출구 앞 롯데캐슬 보셨어요? 진짜 성 같지 않나요? 광장이 우리 학교 운동장만 해요. 유튜브에서 오사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요. 우메다 거리 한복판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게 신기했거든요. 롯데캐슬 광장에도 에스컬레이터가 4대나 있어요. 더 놀라운 건, 층수예요. 제가 세어봤는데, 무려 35층이에요.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한장치의 마천루’에 나오는 빌딩 같더라고요.

친구가 말해줬는데요. 호텔처럼 로비에서 인사해 주는 누나도 있고, 누울 만큼 커다란 가죽 소파도 있대요. 겨울엔 제 키만 한 트리도 꾸민다던데. 아! 나도 좋은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두 번째. 만 27세, 사무직 회사원, 7평 다가구 주택 거주, 대출 전세

영화 ‘소공녀’를 보고 한동안 마음이 아렸어요. 친구 집을 돌며 며칠씩 얹혀사는 주인공 미소가 꼭 저 같았거든요. 저도 스무 살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어요. 기숙사, 셰어하우스, 이모 집. 역마살이 뻗친 사람에게도 돌아올 터 하나는 필요한지, 불안정한 거처에 늘 마음이 겨울 사시나무처럼 흔들렸어요.

방 한 칸 빌려 1년 넘게 살고는 있지만, 다음 집을 찾아 곧 떠나야 해요. 청약 적금이요? 10만 원씩 넣고 있죠. 하지만 그 돈으로는 어림없데요. 언제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싶어요. 에라. 치킨이나 시켜 먹어야지. 치킨집 단골 명단에는 진즉 이름 올렸어요.


세 번째. 만 54세, 주부, 38평 다세대 주택 꼭대기 층 거주, 남편 소유

우리 애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여기로 왔으니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자가예요. 처음 왔을 때, 여기서 평생 살다 죽어야지 생각했어요. 전에 살던 집은 전세였거든요.

요즘은 화병에 단명하겠다 싶어요. 올라오실 때 보셨죠?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끝없는 계단을 오르면 짜증이 온몸에서 솟구쳐요. 시댁이며 친정 어르신들 발길 끊긴 지도 한참 됐어요. 고작 계단 때문이라는 게 웃겼는데, 이젠 제 일이 되었네요. 계단 오를 때 무릎이 아릴수록, 시설 좋은 아파트로 가고 싶어요. 요즘 실버타운은 주상복합으로도 나온다면서요? 우리 부부 꿈이에요. 아이들도 저희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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