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안이 오는 하루

불면증

by 푸른검정색


요즘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잠들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나의 하루는 생각보다 너무 길었고,
그 하루를 따라다니는 불안은 마치 그림자처럼, 늘 내 곁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
‘오늘은 잠에 들 수 있을까, 오늘은 꿈을 꿀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이불을 덮지만,
언제나처럼 불안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와 내 잠을 몰아냅니다.

이 불안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익숙한 단짝처럼 내 곁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나는 늘 빚을 독촉받는 사람처럼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했고,
결국 지금은 아무도 곁에 남지 않아
온전히 이 불안을 마주해야 할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의 도망은 당신에게 또 다른 불안과 상처를 남긴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던 불안을 애써 감추며 달렸지만,
결국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 미안함이 남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에게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불안에게서 멀어지고 싶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잠시나마 불안을 잊기 위해 수많은 취미를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당신을 만났으니까요.
불안 덕분에 살아있었고,
불안 덕분에 달릴 수 있었고,
불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불안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내 불안을 당신에게 들키기 싫어 달려온 거라는 것을.

내 불안이 당신을 아프게 할까 두려웠고,
당신이 내 불안을 짊어지게 될까봐 더 열심히 숨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도 없고,
숨길 이유도, 도망칠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처음으로 나의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푸르게 빛날 이유가 사라진 지금,
내 안의 불안은 다시 짙은 어둠을 몰고 옵니다.


이제는 당신 없이도 불안을 마주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그저 조용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러니,
그간의 모든 일은 이제 잊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부디 당신의 무탈한 삶이,
지금처럼 평온하게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혹시라도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올리는 날이 온다면
나는 또다시 불안 속으로 빠질 것 같습니다.
내 불안이 다시 당신을 아프게 할까봐,
제발...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가 주세요.
저는 그렇게, 죽은 듯이 살아가겠습니다.

이 불안 속에 잠들지 못한 지금,
당신에게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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