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저는 32년이라는 시간 동안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황금빛 개나리, 분홍빛을 넘어 만개한 벚꽃 잎, 철쭉, 민들레 등 정말 수많은 꽃들을 바라보며
그저 '예쁘네'라는 말 한마디로 제 생각을 말하는 정도였습니다.
왜 먹지도 못하는 꽃을 선물할까? 그렇다고 저렴하기라도 한가?
비싸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보다 비쌉니다.
그러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다른 것들처럼 가격이 올라가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선물을 받거나, 주었을 때 잠깐 예쁘기만 한 것이 꽃이입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주어도 절대 한 계절, 아니 한 달을 제 곁에 머무르기 힘듭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꽃은 정말 비싼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새벽일이 끝나 집으로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저한테 아무리 꽃은 아름답고 꽃을 좋아한다 하여도 저는 여태껏 그녀에게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왜 당신이 꽃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찾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안개꽃 꽃말은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 아기의 숨결, 죽음과 숨결입니다.
저는 당신이 그저 꽃말 때문에 안개꽃을 좋아한다 지레짐작하고 선물하였습니다.
오늘에서야 당신이 꽃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꽃 선물을 받는 당신의 기쁨 모습을 그리며, 당신을 생각하는 내 모습
화사하게 핀 꽃이 영원하지 않아 그 순간을 기억하려는 당신과 나의 모습
꽃이 저물었을 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아무것도 아닌 날이 특별한 기억으로 특별한 날이 돼버린 날
그런 모습들을 다시 보고 싶어 당신에게 다시 한번 더 꽃을 선물하고 싶은 내 모습
그런 모습들이 꽃 한 송이에 담겨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꽃은 영원하지 않아 마치 당신과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영원이라는 말을 싫어했던 당신
찰나라는 말을 사랑했던 당신
꽃은 그 두 단어를 모두 품고 있어 당신은 꽃을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그 두 단어만으로 당신은 아름다우니 그런 당신을 사랑한 제 모습이 이제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