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었어야 하는데

그런 날 있잖아요

by 푸른검정색

그런 날이었어야 하는데

매일 같이 출근하는 그런 날, 그런 길이 있잖아요~

평소와 단 하나의 차이도 없이 항상 하는 루틴으로

8시에 일어나

8시 30분에 차를 타고 출발하면

8시 55분에 도착하여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야 하는 그런 날.


매일과 같이 하던 일을 하고 좋지도 힘들지 않게

그저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루틴들을 하고 있는 그런 날


그런 날 있잖아요

이틀에 휴무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잠에 들지 못해 어제의 휴무가 근무처럼 느껴지는 날

보일러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물줄기가 계속해서 차갑게만 느껴지는 날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봄 날씨에 설레어 많은 옷을 장만하였지만, 입을 게 없다고 느껴지는 날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지만, 내 앞에 차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 날

매일 반복하는 일들의 연속 속에서 갖은 실수가 난발하여 모든 일에 짜증이 나는 날

기다리던 점심시간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기보다, 허기짐을 채우려는 날

평소보다 모든 일이 빨리 끝나고, 퇴근만을 기다리던 날

퇴근만을 기다리던 나에게 상사의 부름이 1시간이 되던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무언가 크게 날 무너뜨린 지 않았고, 그저 하루의 사소한 것들이 날 무너뜨리고

다시 일으켜 세워 아직 신에게 12대가 더 남았습니다. 부름 하여 날 12번이고 무너뜨리는 날

커다란 기대를 품고 하루를 지내는 이는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안에서부터 파고 들어오는 그런 날

그저 어디 기대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하루를 평온히 보내기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충분히 무너질 수 있는 시간을 부탁드립니다.

완벽히 쓰러지고 무너지어 아무것도 남지 않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 하루는 너무나 짧습니다. 그저 일주일만 무너질 시간을 주어

다시 한번 그런 날이었다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평온히 잠에 들어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라는 다짐을 할 수 있게끔

오늘은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정할 수 있게끔

점심시간에 좋아하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게끔

상사의 꾸짖음에도 담담히 넘길 수 있게끔


그런 날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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