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로 가득 찬 계좌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제이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문제는 알트코인이야. 변동성이 너무 심해. 안정적인 비트코인으로 가면 괜찮아질 거야.”
실제로도 많은 투자 강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알트는 카지노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다릅니다. 메이저 코인은 흐름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요.”
유제이의 귀에는 그 말이 마치 탈출구처럼 들렸다.
‘맞아, 내가 틀린 게 아니었어. 단지 선택한 종목이 문제였던 거야.’
마치 도박판에서 슬롯머신 대신 포커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는 기분.
같은 게임이지만, 더 논리적이고, 더 안정적인 승부가 가능하리라 믿었다.
비트코인 4시간봉 차트는 강한 지지선 부근에 있었다.
유제이는 무수히 많은 유튜브 영상과 강의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여기선 반등 나옵니다.”
“이 가격대는 강한 매물대입니다.”
주저 없이 롱 포지션을 진입했다.
레버리지는 전보다 낮췄다. 5배. 신중하게.
하지만 진입하자마자 차트는 오히려 더 아래로 꺾였다.
양봉은 금방 음봉으로 바뀌었고, 초록색 숫자는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변했다.
+15달러 → +5달러 → -8달러 → -22달러 → -37달러...
손절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여기서 손절하면, 바로 반등 나오잖아. 항상 그랬잖아.’
하지만 시장은 늘 반대로 움직였다.
반등 없이 그대로 지지선 붕괴.
‘-150달러’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왼손은 이미 땀으로 축축했고,
오른손은 마우스를 쥔 채 굳어있었다.
“이게 안정적인 거래라고? 진짜?”
바로 숏으로 돌렸다.
‘그래, 이제 하락이다. 먹자.’
그런데 하락하던 비트는 돌연 반등했다.
숏 진입 후 1분 만에 캔들은 역방향으로 솟구쳤다.
거래량은 갑자기 터졌고, 차트는 녹색으로 물들었다.
+5달러 → -10달러 → -35달러 → -50달러…
이쯤 되자 화면 속 숫자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빨간색으로 변해가는 불길 같은 존재.
다시 ‘-150달러’
“왜... 왜 이러는 거야...”
차트를 돌려보며 복기했다.
4시간봉? 오히려 하락 추세였다.
1시간봉? 눌림목이 아니라 하락 채널 중간.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난 그냥 차트가 올라가 보이니까 들어갔던 거네.’
그 어떤 근거도 없었다.
매물대도 애매했고,
지지선도 확인 안 했고,
거래량도 터지지 않았다.
단순히 캔들이 반등할 것 같은 ‘느낌’에 베팅했던 것이다.
‘결국... 문제는 종목이 아니라 나였어.’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진입만 잘하면 돼.
이번만 성공하면 복구돼.
어제의 손실을 오늘 다 메우자.’
하지만 그 생각은 매번 더 큰 손실로 돌아왔다.
진입은 더 급해지고,
손절은 더 무뎌지고,
익절은 더 늦어졌다.
복구 매매 → 손실 확대 → 멘탈 붕괴
끝없는 악순환이었다.
밤에는 차트가 눈에 아른거렸고,
자는 내내 포지션이 청산되는 악몽을 꿨다.
“비트코인이 안정적은 무슨. 시장은 그냥 시장이야.”
비트코인도, 이더도, 알트도 —
결국은 원칙 없는 매매 앞에서는 전부 똑같았다.
종목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략 없는 진입
감정에 휘둘리는 매매
손절 못 하는 습관
이게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종목을 바꿔도, 거래소를 바꿔도, 결국 결말은 같다.
노트북을 덮고, 유제이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틀렸어.
종목이 아니라, 내가 문제였어.
난 아직도 투자자가 아니야. 그냥 도박꾼이지.”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처음 투자 공부를 시작했던 초심을 다시 꺼내 들었다.
‘생존이 먼저다.
복구는 그 다음.
수익은 그 다음.’
이제 더 이상 종목 탓을 하지 않는다.
시장 탓도 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 바꾸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