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실과 아이들

by 시준아빠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 유지원은, 결국 수학 학원을 하나 더 다니기로 했다.

처음엔 집에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어 보였고

아이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같은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결국 유지원 엄마 여미행은 학원을 알아봤다.

동네에서는 이미 몇몇 유명 수학학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실력 테스트를 받고, 수업이 가능한 학원에 다니기 시작 했다.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을 다니다 보니 귀가 시간은 밤 9시가 넘었다.

그렇게 아이는 아침일찍 등교하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는 루틴에 들어갔다.



유제이의 학원비, 추가 학원 수강 걱정에

직장 동료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이제 시작이야. 안 시킬 거야?”


학원은 단순한 보충이 아니라 진입 티켓이었다.

과학고 진학반, 자사고 특별반, 선행수학반

모두가 결국은 ‘좋은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선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유장헌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듣던 방문수학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장헌이가 방문수업의 숙제도 힘들어했다.

결국 수학 전문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원을 따라 학원을 다니게 될까,

혹은 또 다른 커리큘럼을 따라야 할까—부모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두 아이의 학원비는 점점 올라갔다.

월 150만 원을 넘기는 순간, 유제이와 아내 여미행은 저녁 식사 중에도 조용히 눈치를 봐야 했다.

한 달 생활비의 큰 부분을 학원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게 맞는 걸까?”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짙어졌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흐름을 멈출 용기 또한 쉽게 생기지 않았다.


유제이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30년이 지났는데, 뭐가 달라졌지?”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여전히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외우는 법이었다.

교육은 ‘암기’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이해’나 ‘의문’보다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속도가 중요했다.

주입식 교육은 시대를 관통해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입시 제도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대학은 정원을 채우기 힘든 시대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절대 다수가 대학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몇 퍼센트를 향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아이들은 남들과 달라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고,

부모들은 점점 더 두려워진다—내 아이만 뒤처질까 봐.


무엇보다 유제이를 혼란스럽게 만든 건 사교육 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침묵’이었다.


주입식 교육이 주가 되다 보니 학교나 집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정답은 뭔가요?’라는 질문에는 능숙하지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에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건 우리 세대랑 똑같잖아.'


유제이는 과거를 떠올렸다.

자신도 교실에서 손들고 자기 의견을 말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정해진 답을 외우고, 시험에 맞춰 공부하며, ‘틀리지 않기’를 인생의 미덕처럼 배워 왔다.

그리고 그 방식대로 살다 보니,

지금도 틀리는 게 두렵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버겁다.


그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내 아이에게 다른 삶을 인도하고 있는가?”


하지만 정답은 늘 애매했다.


이 사회 속에서, 이 구조 안에서,

내 아이들만 다르게 키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공교육이 변하지 않았고, 입시 구조도 그대로였으며,

주변의 시선과 비교는 너무도 빠르게 따라왔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그렇지만… 나도, 우리 아이도, 이 시스템 안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그는 오늘도 유지원의 야간 학원 보충수업에 데려다주며 생각했다.


언젠가 진짜로 ‘배운다’는 게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