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늦더위로 인해 올가을에는 단풍 없이 낙엽만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예쁘게 물든 나무들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은행나무, 왕벚나무, 단풍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든 모습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노란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지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깊이 뻗은 나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소에는 평범하고 모양새 없는 나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들은 스스로 타원형으로 자라며 하늘을 향해 크고 있었다. 자연의 오묘함을 잠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어릴 적 단풍잎을 책 사이에 끼워두며 붉고 노란색이 오래도록 바래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도 단풍잎을 책갈피에 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