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꿈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대오

광휘는 눈에 비해 유달리 코가 큰 아이였다. 광휘는 내가 청소년 쉼터에 입소하기 전부터 쉼터 생활을 시작했었지만, 이상하리 만큼 주류에서 겉돌았다. 그리고 내가 그런 광휘와 의외로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동갑내기라는 공통점 보다 꿈을 갖고 있다는 차이점에 있었다.


내가 보기에 광휘는 어딘가 어설픈 아이였다. 쉼터 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았고, 게임만 주야장천 했다.


쉼터 동생들에게는 멋진 형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으나, 정작 존중받는 행동을 하는 법을 몰랐다. 나는 내심 그런 광휘가 공감되지 않았고, 우리는 먼 사이로 남을 뻔했다.


쉼터에서는 저녁 식사 후 매번 청소를 한다. 청소 이후에는 자유 시간인데, 나는 우연히 창고 근처의 으슥한 방에서 광휘가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랬다. 광휘는 인터넷 Bj였다.


광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동굴을 울리는 중저음이 연상되었다. 광휘는 타고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거나 시청자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었다.


내 주변에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취미를 갖고 있는 지인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광휘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광휘는 현실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으나, 인터넷 방송에서는 배려심이 넘치고 유머스러웠다. 나는 같은 인간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언젠가 나는 광휘에게 왜 인터넷 방송을 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광휘는 나를 이상한 놈처럼 쳐다보더니 웃었다. 그리곤 ‘꿈이니까’라는 한 마디만을 남겼다.


나는 광휘가 이해되지 않았다. 허왕되고 비현실적인 꿈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기타 맨 요한 형에게 털어놓았을 때, 요한 형은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던 추억을 회상했다. 당시에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중소기업에서 구글로 이직했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열정을 불태웠다고 한다. 비록 구글 입사에는 실패했지만 언젠가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미소 지었다.


나는 이해한다고는 말했지만 진실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내가 진실로 꿈을 꾸게 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 힘들고 어둡던 시기. 세상이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것만 같았을 때, 청소년 쉼터에서 쓴 일기를 버렸다.


청소년 쉼터에서 받은 모든 온기와 선물들이 내가 패배자임을 증명하는 것 같아 증오스러웠다. 그렇게 내 추억은 쓰레기장으로 향해버렸다.


뒤늦게 후회한 나는 쓰레기장을 미친 듯이 뒤져보았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되찾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문득 청소년 쉼터의 기억들이 전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인간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휘발적이다. 오로지 기록만이 영구적이고 불멸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서 아이디를 파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추억과 악몽이 불변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다. 처음에는 분명 그런 이유였었는데, 회고하며 글을 적어가려는 과정 중에 사명감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청소년 쉼터는 해체 가정의 아이들과 가출 청소년들의 안신처이자 보호소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지원금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또한 글을 쓰면서 언젠가 내 에세이를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를 자각한 순간부터 나는 내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고, 광휘는 아직도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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