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쉼터에서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청소년 쉼터는 청소년 쉼터다. 청소년이 거주한다는 간단한 뜻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모두가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다. 만약 사춘기의 시기에 적절한 관심과 돌봄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큰 장애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청소년 쉼터에서 사춘기는 어떻게 대할까? 정답은 바로 ‘방치한다’이다.
청소년 쉼터는 아이들의 가정사나 현재 상태를 체크하는 데는 정기적인 상담이 준비되어 있는 등 제도적인 대처가 되어 있다(물론 전문적인 심리 치료사가 아닌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들이 상담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의 인격 형성 로드맵은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공교육에서도 청소년 시기의 인격 형성은 각 가정에 맡기고 있는 만큼, 이는 나태라기보다는 몰이해에 가까운 방치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청소년 쉼터의 청소년들은 인격이 형성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매우 매우 안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지시에 불응하며, 다른 쉼터생들과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내가 지냈던 청소년 쉼터에서는 ‘청수’라는 아이가 있었다. 청수는 부양 능력이 있는 가족들이 있음에도 청소년 쉼터로 온 아이였다. 그의 부모, 친인척 중 누구도 청수를 키우기를 원하지 않아 청소년 쉼터에 입소했다는 뜻이다.
청수는 처음 방문한 첫날에는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쯔구루 게임(게임 제작 툴을 이용한 간단한 rpg 게임)을 선보이며 쉼터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에도 정통한 오타쿠여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쉼터생과 빠르게 친해졌다.
청수가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청수가 가져온 짐에는 똑같은 옷이 두 벌이 있었다. 그 둘은 청수가 쉼터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본 적도 없는 옷이어서, 청수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수는 자신의 옷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옷을 챙기라는 선생님께 적대감을 표출했다.
이게 말이 적대감이지, 청수는 묘하게 시비를 거는 말투였고, 분위기도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오죽했으면 온화하기로 유명했던 선생님께서 화를 내셨겠나. 공부방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던 나도 험악해진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학습을 멈추고, 거실로 갔던 기억이 난다.
이런 청수를 누군가는 진정시켜야 했다. 청수는 다른 쉼터생들과 갈등을 자주 빚었고, 이대로라면 외톨이가 될 것이 뻔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청수를 원만하게 쉼터에 적응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 그렇다면 청수는 분노할 터였다.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것? 그럴수록 청수는 고립될 터였다. 그래서 나는 일단 청수와 신뢰를 먼저 쌓기로 했다.
청수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곤란해하는 일, 도움이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먼저 나섰다. 그리고 칭찬할 일이 있다면 폭풍 칭찬을 개시했다. 숨만 쉬어도 칭찬했다. 그랬더니 청수도 나를 어느 정도 따르기 시작했다.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는데, 그건 청수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확실하게 지적하는 것이었다. 단, 절대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하지 않았다. 청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을 시에는 반드시 단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어 말을 전했다.
절대 감정을 담지 않고, 사실관계만 짚어서 이러면 누군가 곤란하고, 청수 본인도 곤란해진다는 점을 일깨웠다. 그리고 동시에 혹시 내가 말한 말 중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내가 개인적으로 실수한 것이 있다면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 반드시 고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했던 점은 청수에게 나이로 짓누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있어서 청수도 그나마 납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청소년 쉼터에서는 외력 행사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뢰감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된다. 실제로 쉼터생들은 동등하고 명시적인 위계 관계가 설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이 그렇다. 물론 소위 남자들 간의 서열이라는 것을 휘두를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내가 거주하던 청소년 쉼터의 분위기는 많이 망가졌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하다면 사소한, 청소년 쉼터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