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여름(1) 미지수 X

중학교 수학 수업 - 여름 (1)

by Galaxy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보기에 수학책은 좀 이상합니다.

분명 수학책인데, 영어 알파벳 문자가 너무 많이 나온다 싶거든요.

중학교 2, 3학년 선배님들에게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왜냐하면 수학에서 문자를 사용한 것에 이미 아주 많이 익숙해졌거든요.

그런데 사실 알파벳 문자를 사용하여 미지수와 상수를 나타내는 것은, 오래지 않은 일입니다.


'4 Census p. 3 de rebus ae. 5' 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Census' 가 x^2의 뜻하고, 'de rebus' 가 x 를 의미하기에,

위의 문장은 바로 이차식 '4x^2 + 3x = 5' 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4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수학에서 식은 이렇게 문장으로 길게 표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업은 법률공무원으로 암호 해독을 주로 맡았던 프랑수아 비에트(1540~1603)

처음으로 알파벳에서 모음을 미지수로, 자음을 상수로 구별하여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에트가 표시한 'B in A aequari C' 는,

A는 미지수 x, in 은 ×, B와 C는 상수 a와 b, aequari 는 = 로,

오늘날의 'ax = b'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와 = 라는 기호도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지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사칙 연산 기호, +, -, ×, ÷ 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 - 1489년 독일 수학자 요한 비드만(1460~1498),

× 1631년 영국 수학자 윌리엄 오트레드(1574~1660),

÷ 1659년 스위스 수학자 요한 라안(1622~1676)이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와 같다’를 나타내는 등호 = 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도 상당히 늦습니다.

1557년 로버트 레코드(1510~1558)의 저서 <지혜의 숫돌>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는 방정식을 풀 때마다, 'is equal to~(~와 같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쓰는 것에 진저리가 났다네요.

그리하여 이렇게 제안했지요.


'매번 '~와 같다'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길이가 같은 평행선 두 개, '=' 를 사용하겠다.

세상에 이보다 더 똑같은(equal)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이렇게 등호 = 가 사용된 이후로 현재까지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등호 = 라는 기호만큼 막강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수학기호의 역사>라는 훌륭한 책의 저자인 조지프 마주르는, 이 책을 쓴 계기가,

15세기 16세기 까지도 + , - 는 물론 등호 = 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고 놀라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저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문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식을 나타내게 되기까지의 마지막 한 고비를 넘게 한 수학자는

바로 르네 데카르트(1596~1650) 였습니다.

1637년 그의 저서 <방법서설>의 부록 3부 <기하학>에서

비로소 오늘날의 'ax^2 + bx + c ∝ 0' 와 같이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데카르트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인 x, y, z를 미지수로,

앞 글자인 a, b, c, ... 를 상수(계수)로 쓰는 규칙을 정했고,

거듭제곱의 표기법도 x^n 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의 역사에서 문자의 사용이 매우 중요한 까닭은,

수학이 산술에서 '대수(代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에

'거미 3마리의 다리의 개수가 몇 개인가?'와 같이 구체적 상황을 통해서 산술을 배우는 반면,

중학교 수학 시간에는 거미가 몇 마리이든, 언제든 거미 다리의 개수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화된 식,

즉 거미가 x 마리일 때, 다리의 개수는 8x 임을 배웁니다.

문자의 사용을 통해 수학은 구체성에서 '추상화'와 '일반화'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중학교 수학은 초등학교 수학과는 완전히 다르지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이제 문자와 기호를 사용한 식을 만나면서,

수학이 어떻게 세상의 그토록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는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학적 언어'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문자의 유용성을 이해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표준 체중’의 예시를 사용하곤 합니다.

키를 알면, '표준 체중 = (키100)×0.9' , 문자를 사용하면 '0.9 ( x — 100 )'이 구해지지요.

교실에서 자신의 키를 공개해 준 몇몇 학생들 덕분에 그 학생들의 표준 체중을 같이 계산해 봅니다.

그러면 표준 체중보다 낮은 학생은 저체중, 표준 체중보다 높은 학생은 과체중이 결정되고,

교실은 한바탕 웃음꽃이 핍니다.


미지수 x 는, 아직은 모르지만 언젠가는 들어올 숫자를 위해 남겨둔 빈 방 같네요.

그래서 동양에서는 미지수의 자리에 네모를 그려 놓았었습니다.

네모 '방(方)', 그래서 네모가 들어있는 식, '방정(方程)식'이란 이름이 그렇게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쯤 되면 학생들은 질문합니다.

"미지수를 왜 굳이 x 라고 하나요?”

미지수 x 에 대해서는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어느 날 자신의 책의 인쇄를 맡겼는데,

인쇄소에 가장 많이 남아 있었던 활자가 x 여서, 그때부터 x 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앞으로 수학에서 미지수 x가 없는 건 상상 불가일 것입니다.


문자와 기호의 사용은, 이후 수학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1646~1716)는 미적분의 창시자인데,

그가 창안한 미분과 적분의 기호인 dy/dx 와 ∫

수학사에서 가장 유용하고 세련된 기호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 라고요.

수학은 수와 아울러 문자와 기호로 이루어진 하나의 언어,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간결성, 압축성, 엄밀성, 논리성, 추상성, 보편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수학이라는 언어는,

오늘날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언어의 기반이 되었고,

먼 미래에 혹시 외계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지금 미래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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