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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책선물의 즐거움

by 글싸남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대학교 수업을 통해서 접했다.


기하학과 정수론에 관심이 있어서 수학교육과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간고사 대신으로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94931



저자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1970년도에 수상했으며,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와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에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하여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허준이 교수도 이 책이 수학자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책 내용을 잠깐 언급하자면 대단한 천재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수학계에서 성공했는지,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해 버린 어느 늦깎이 수학자의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주기 위해서 다시 읽었는데, 정작 아이는 크게 감동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올해 중학교 참관수업을 갔다가 한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큰 낙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며칠 후, 새 책을 다시 구입하여 그 아이에게 선물했는데 정작 아이보다는 부모님이 더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지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책을 선물해 본 적이 많지는 않은데, 이 사건 이후로 책을 보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책 선물을 하곤 했다.

그 기록을 적어보고자 한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43278

'답을 찾지 못해 불안한 당신에게 호빵맨 작가가 전하는 말'이라고 한다.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작가는 "마흔, 나는 좌절은커녕 출발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라며 본인의 솔직 담백한 에세이를 적어냈다.


이 책은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중학생 학생에게 권해주었다. (중학생이 갈 길을 못 정한 건 당연한 일인데...)




최근에 알게 된 분 중에서 '탁구'에 진심이 분이 있어서 이 책을 선물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10563


6년쯤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선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사실 책을 보고 줄 사람을 정한 것이 아니라, '탁구'에 진심인 분에게 줄 책을 찾다가 이 책이 떠올랐다.

(이 책 말고는 탁구와 관련된 책을 본 적이 없다.)


호불호가 좀 갈리는 책으로 알고 있는데, 6년 전에 읽을 때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조금 달랐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가까운 탁구장을 찾아주세요'라고 되어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고 탁구와 관련 없는 다음 문구가 더 와닿았다.


"세상을 끌고 나가는 건 2%의 인간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이 2%에 포함되지 않는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9265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이 책 또한 6년 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작사'라는 작업에 대한 전문성에 놀랐다고나 할까?

건방진 생각으로 작사는 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그 학생이 작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내가 음악 관련 얘기를 해 줄 만큼 음악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어서, 그냥 내가 읽어본 책 중에서,,,

작사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건방진 생각에 선물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28247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지인이 떠올랐다.

샤프를 수집하시는 분이다.


저자는 본인을 공학 덕후라고 표현했다.

'지극히 과학적이고 지극히 신비로운 이 녀석을 미치도록 알고 싶다'라고 표현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을 통틀어서 이렇게 미친 사람은 처음 봤다.


누가 이런 책을 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막상 책을 받으신 분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둘 다 공학덕후인가?




많지는 않지만, 책 선물을 몇 번 하다 보니 꽤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주고 싶은 분은 꽤 있는데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을 선정할 능력이 나에게 없다는 것.

그리고, 가끔은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

책이라는 것이 비싸지 않고 가볍게 전할 수 있는 선물이기는 하지만 쉽게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점이 생각보다 상당히 아쉽다.


얼마나 더 식견을 쌓아야 가능한 일일까?

좀 더 열심히 책을 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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