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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Jun 03. 2021

[리뷰] 영화 : 크루엘라

클래식이여 영원하라

Hear me roar!

내 포효를 들어라!

세상은 변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랬지만 그렇지 않다. 진리라 불리던 것들은 한 여름밤의 폭죽처럼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고 몰락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남는 것들이 있다. 폭죽이 되고자 하늘로 날아가다가 별이 되어버린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클래식이라 부른다.




I'm somthing

나는 무언가 있어




빌런은 악할수록 좋다. 순수하게 잔인하고 정신병은 태어날 때부터 가져야 한다. 현실에서 차마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악함은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시련이 마치 해결될 수 없을 듯이 보이게 한다. 그렇게 서사는 극단으로 치닫고 절망의 절벽에서 주인공은 살아남는다. 그런 극적 장치 때문에 한 때는 악당을 최대한 악당처럼 묘사하던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도 그 시절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달마시안으로 모피를 만들어 입는 잔인한 미치광이. 당시 중요한 건 크루엘라의 서사가 아니라 오직 잔혹함과 표독스러움이었다. 실제로 저런 인간이 존재할까 봐 무서운 마음이 들 정도의 악함이 크루엘라의 유일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그냥' 태어날 때부터 못된 인간인거지"와 같은 무책임한 설정은 인기를 잃어갔다.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모든 역할을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해야 하는 세상이 시작됐다. '주인공, 네 입장은 알겠고, 그럼 빌런 네 입장도 들어보자'. 제작자가 제시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타당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관객들의 등장이다. 덕분에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이 빌런을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THe FuTuRe

바로 그 미래




순수한 악임에도 서사에 빠질 수 없는 빌런에게 사람들은 존경을 표시하고 충분히 악당스러운 매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과도하게 감성에 젖어 행동하거나 오직 대의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단순한 주인공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은 악당의 편에 선다. 그렇다면 빌런의 매력에 주인공의 서사가 더해지면 어떨까. 빌런이 주인공인 이야기. 조커와 할리퀸. 이번에는 크루엘라가 어디 한 번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참으로 디즈니스러운 방식으로 말이다.


디즈니는 이야기를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앞서 조커와 할리퀸을 언급했지만 분명 그들의 서사와 크루엘라의 서사는 완전히 다르다.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의 차이에서 비롯됨이 크다. 복잡미묘한 인간 서사를 풀어가는 건 디즈니의 역할이 아니다.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장 명확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는 게 디즈니다. 덕분에 디즈니의 스토리는 뻔하고 흔하다. 그런데 뻔하게 감동적이고 흔하게 소름이 돋는다. 인간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을 툭툭 건드려내는 기술 속에 그간의 경험치가 녹아있다. 디즈니의 첫 빌런 주인공도 전통을 피해갈 수 없었다. 크루엘라의 이야기는 평범하진 않지만 예상할만한 정도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지루함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노련한 기술자는 화려한 시각적 연출로 관객을 환기 시킨다. 화려함마저 익숙해질 때면 미치도록 완벽한 음악이 청각을 사로잡는다. 이 뻔한 내용이 나의 삶에 어떤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테지만 영화를 보는 133분을 후회 없이 즐겁게 해준다. 속으로 'that's my girl'을 몇 번이나 외쳤을 정도로 디즈니의 그물은 여전히 촘촘하고 강력하다.


디즈니는 입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클래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대의 변화를 흡수한다. 클래식이 디즈니의 거대한 덩치를 키웠다면 트렌드함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만들었다. 그런 디즈니에게서 태어난 크루엘라는 디즈니를 닮아있다. 유명 판타지의 공주가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크루엘라는 특히 디즈니를 많이 닮을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크루엘라가 세상에 파격적인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은 디즈니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디즈니의 모든 자식이 그렇듯 크루엘라는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이전의 시대를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미래가 등장했음을 경배하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당신은 크루엘라의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I'm Cruella. Cruella De Vill.

난 크루엘라. 크루엘라 드 빌.




https://youtu.be/yfSMTFzw-Kw

우리는 아직도 굳이 불편하지 않아도 될 나의 특별함을 자제시켜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친구들과 싸울 수는 있지만 크루엘라의 검고 흰머리는 주의의 대상이 돼야 한다. 빌런이 주인공은 될 수 있지만 백인 캐릭터를 흑인이 연기하면 논란의 대상이 돼야 한다. 여자가 바지를 입을 수는 있지만  남자가 치마를 입으면 의아함의 대상이 돼야 한다. 우리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발전해 나가야 한다. 희망이 적들과 맞서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는 순간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크루엘라의 악함에 희열을 느꼈다면 당신은 그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중간중간 연출 미스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는 정말 음악담당이 다 했음. 음악 너무 좋음.


+재스퍼 역할에 조엘 프라이님 왕좌의 게임 나왔던 분인거 나만 몰랐네에에에 뭔가 기대되는 배우님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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