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와 중소 - 외전 : 노진구와 노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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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lee


노진구와 노진규는 묘하게 닮았다.


노진구는 마르고 작다.

노진규도 마르고 작지만, 그 위엔 세월의 주름이 덮여 있다.


노진구는 잘하는 게 없다.

노진규도 잘하는 게 없다.


노진구는 혼나면 운다.

노진규는 자기 잘못이 드러나면 운다.


노진구는 도라에몽이 없으면 안 된다.

노진규는 타인이 없으면 안 된다.


노진구는 자신의 행동이

심각하거나 부끄럽거나 창피하다는 걸 모른다.

노진규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그래서 나는, 그 부장을 ‘노진구’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했는지도 모른다.)


노진구는 어린 시절, 이슬이를 좋아했다.

노진규는 늙었지만,

이성에 대한 희망조차

뜨거운 햇빛 아래 갈라진 논바닥처럼 메말라 있다.


노진구는 도라에몽의 힘을 빌려서라도

도전을 해본다.

노진규는 뭐든지 “안 된다”라고 말하며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노진구는 고맙거나 미안하면 운다.

노진규는 누가 그의 똥(일)을 치워줘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째려보고, 하찮게 대한다.

(그때 나는, ‘키우는 개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진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다.

나는 그가 정말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가 사람으로는 태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하다면,

노진규는 불쌍한 영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동정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나는 그를 피하며 지나치고,

가끔 그 못된 얼굴을 떠올리며

쓴웃음으로 곱씹는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나는 벗어났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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