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자
새벽 3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다시 잠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눈을 뜬다.
세수하고 구운 계란 하나 먹고 4시쯤 차에 시동 걸어 현장으로 향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근무 12시간, 일당 8만 원.
아직 돈이 되지 않지만, 일당도 환경도 가혹하지만, 언젠가 독립해서 내 돈 벌 그날을 꿈꾸며 달린다.
고되지만, 내가 땀 흘린 만큼 일당을 받는 구조는
사무직의 월급보다 내게 훨씬 매력적으로 와닿는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피 땀 오줌똥이 스며든 야생이지만,
육체 노동자들의 단순한 인간미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곳이다.
다들 생계를 위해 땀을 흘린다. 현장에 속한 모두가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현장에 속한 모두가 안다.
현장 일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신경 쓸 게 많다.
고로 배울 게 태산이다.
'하다 보면 언젠가 끝난다, 버티자'라고 생각하며 일할 때도 많다.
그 하루하루가 조금씩 나를 단련시킨다.
노가다판은 생각보다 진입도, 탈출도 쉽다.
어려운 건 역시 버티는 것이다.
여기서 더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는 말은 사실 조금은 아픈 말이다.
내가 더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시간이 언젠가는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걸.
쉬는 날이면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배달음식과 과자, 잠과 잠 사이에서 나 자신을 놓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살아있다는 감각이 흐려지고,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막막함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매일 밤 10분씩 책을 읽는다. 스트레칭도 하고, 폼롤러를 등에 대고 누워 스트레칭을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간이 욕조에 입욕제를 풀고 몸을 담근다.
이 작은 습관들이 나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린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나 자신을 매일 조금씩 짓는 일.
스스로를 격려한다. 잘 버티고 있다,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고.
힘내자. 오늘도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