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 노동자의 우울

몸이 천근만근

by 진정성

현장에서 파이팅 넘치게 일하다가도(인정 욕구, 성장 욕구 덕분인지 때문인지•••.)

쉬는 날만 되면 울적하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자도 자도 졸리고 만사가 귀찮고 무엇보다 무릎이랑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팔근육이 눈에 띄게 불어나서 좋았는데 그럼 뭐 하나,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셔서 힘을 잘 못 쓰는데.


내 체력이 고작 이 정도였나 실망스럽다가도, 먼 지방에 가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온전한 내 시간 없이 며칠간 일했으니 당연한 피로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은데 쉽지 않다.


이번 주말에 애인에게 투정을 많이 부렸다. 지치고 힘들다 보니 누가 나 좀 알아서 챙겨줬으면 싶고 투정 부려도 다 받아줬으면 싶고 날 위해 돈과 힘 좀 팍팍 써줬으면 싶더라. 애인에게 대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애인의 집에서 애인은 출근하고 나는 더 자다가 오랜만에 대면 심리상담받으러 가는 중이다. 내일까지 휴일이니까. 영화나 전시를 보러 갈까 하다가도 그저 몸을 늘어뜨리고 쉬고만 싶다.


가면 쓰지 않은 내 얼굴은 이리도 울적하고 피로하다.

노동 계급의 애환을 온몸으로 느낀다.

고되다.

절대 애를 낳지 않을 것이다.

삶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으니까.


정신을 놓으면 피폐해지기 딱 좋은 일상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한 ‘더 어려운 삶’이란 정신을 놓지 않는 삶을 뜻하는 거겠지.

나는 더 어려운 삶을 지향한다.

피폐해지긴 너무도 쉬우니까.


‘하루를 살더라도 성실하게, 즐겁게’라는 내 모토를 지키고 싶다.

하루를 살더라도 정말로 알록달록하고 싶다.


기왕 태어났으니, 삶을 무를 수도 없으니,

내 한 몸 건사해야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해야지.


내일은 또 내일의 즐거움이 있길 바라며.

찾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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