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초보, 신축현장에서 잘리다.

기술의 세계는 냉정해

by 진정성

신축현장은 속도전이다. 시공한 세대수에 따라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팀장님은 늘 조급하고, 팀원들도 기계처럼 일한다.


여기서 왕초보 막내의 역할은 ‘센스 있게 움직이기’이다. 팀원들보다 한 발 앞서 물통이나 우마, 팀원들의 짐을 다음 세대로 옮겨놓고 몰딩에 실리콘을 쏴놓고 이전 세대로 다시 돌아와 쓰레기를 치우고 물통을 비우고 남은 짐이 있다면 다시 다음 세대로 옮겨야 한다. 다음 세대로 완전히 넘어와서는 재빨리 빈틈을 찾아 롤러질이라도 같이 해야 한다.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조력해야 한다.


이렇듯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내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잘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예요.


최소 몇 달은 곰방(자재 나르기)만 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팀장님은 출근 이튿날부터 내게 천장 날개를 붙여보라고 하셨다. 기회는 자주 주어지는 게 아니라며. 감사했다. 위에 열거한 막내의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천장 날개라도 한번 더 붙여볼 수 있기에 물통을 들고도 마구 뛰어다녔다.


그러나 왕초보인 내겐 풀 먹은 벽지를 펼치는 일부터 선 예쁘게 칼질, 롤러질, 천장 머리 잡기 등 모든 일이 어색하고 어려웠다. 게다가 나는 일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몇 번 얘길 들어야 한 가지를 습득하는 편이다. 그래도 한번 습득하면 잘하는데… 어제보다 많이 나아졌는데… 이건 내 생각이고, 팀장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 하나의 장벽.

내 키는 150 초반대다.

도배를 하기에, 특히 천장 띠기(천장만 붙이는) 팀에서 일하기에 유리한 신체 조건은 아니다. 남들이 천장에 까치발이라도 들고 실리콘을 쏠 때, 나는 우마에 올라야만 실리콘을 쏠 수 있었다. 남들이 우마를 한 단 높이고 벽지를 붙일 때, 나는 두 단은 높여야 했다. 나 혼자 일한다면 상관없겠지만 팀으로 일하기엔 제약이 따랐고 불편했다.


위태롭다 싶었는데 결국 팀장님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일하는 중에 잘려서 팀원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내게 점점 마음을 열어주시고 뒤에서 묵묵히 챙겨주시던 언니 오빠들에게 참 고마웠는데. 집으로 운전해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허탈했다.


나 진짜 열심히 했는데, 도배는 내 길이 아닌 걸까, 앞으로 어떡하지, 싶은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도 어떡해. 먹고살아야 하는데.

집에 들어와서 한바탕 울고 다시 네이버 밴드로 일자리를 구했다. 하루 쉬고 다음날 바로 출근했다.


지금은 신축현장 초배팀에서 일한다. 죽기 살기로 매달릴 각오로 들어선 길이니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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